장학금 회수 초강수에도…'영재·과학고 이탈' 속출하는 이유

입력 2024-06-09 08:03   수정 2024-06-09 08:18

최근 4년간 300명이 넘는 학생이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서 중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서 의대로 진학할 경우 장학금을 회수하거나 추천서를 금지하는 등의 제재가 따른다.

9일 연합뉴스가 학교 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20개 과학고의 전출·학업 중단 학생 수는 243명으로, 전국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서 전출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총 60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4년간 총 303명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떠난 셈이다.

영재학교·과학고를 떠난 학생은 점차 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영재학교·과학고를 떠난 학생 수는 2020년 79명, 2021년 83명, 2022년 75명, 2023년 66명 등이었다. 직전 4년인 2016∼2019년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떠난 학생은 220명과 비교하면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재학교·과학고 중도 이탈 학생의 대부분은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지방거점국립대 의대 진학생 중 11명이 검정고시 출신이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영재학교·과학고에 진학했다가 맞지 않아서 자퇴한 학생들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영재학교·과학고는 졸업 후 의대 진학 학생에 대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불이익을 강화해왔다. 2018년 일부 영재학교는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회수하고, 추천서를 작성하지 않는 불이익을 줬다. 2022학년도에는 이 조치가 더욱 강화돼 전국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생은 의대 진학 제재 방안에 동의한다고 서약해야만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영재학교 학생은 교육비와 장학금을 반납하는 한편 일반고 전출을 권고받는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교 밖 교육·연구 활동을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의약학 계열에 진학하려면 영재학교 출신의 장점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과학고 역시 의대에 진학하면 졸업 때 수상이나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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