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1500만원 그림' 때문에…법정 간 헤어진 연인, 왜?

입력 2024-06-09 10:24   수정 2024-06-09 10:26

배우 하정우의 1500만원짜리 미술작품을 놓고 헤어진 연인이 법정 다툼을 벌였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이 헤어지면서 그림을 누가 가져갈지를 놓고 소송까지 벌이게 된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1단독 조현락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남성 이모씨가 여자친구였던 김모씨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에서 “김씨는 이씨에게 하정우 그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두 사람의 사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간다. 이씨는 그해 2월 여자친구 김씨에게 1500만원을 빌려 하정우에게 ‘October’ 그림을 구매했다. 이씨는 하정우와 대학 선후배 사이로, 하정우의 작업실을 방문해 직접 그림을 구매했다.

이씨는 이 작품을 하정우에게 건네받은 뒤 부모님 집에 두고 있다가 2018년 2월부터는 김씨에게 그림을 맡겼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문제는 이들 결혼이 없던 일이 되면서 불거졌다. 이씨는 ‘맡겨놨던 하정우 그림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빌려준 돈부터 갚으라’며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2022년 4월 “그림을 돌려받게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김씨는 “당시 이씨와 결혼할 예정이었으니 해당 그림의 공유자”라며 “소유자가 이씨라고 하더라며 빌려준 돈에 대한 담보로 그림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그림의 매수자인 이씨가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그림을 누가 산 것인지 계약 당사자들 간에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림을 판매한 상대방인 하정우가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하정우의 작업실을 방문해 그림을 사겠다고 했고, 하정우에게 그 매매대금을 지급한 것도 이씨라고 했다. 또한 “이씨가 하정우로부터 그림을 인도받아 부모님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림의 매매계약 경위 등을 미뤄 하정우는 계약 당사자를 이씨로 봤을 것이므로 해당 그림의 매수인은 이씨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조 부장판사는 “김씨와 이씨가 사귀면서 이씨 부탁으로 해당 그림을 보관하기 시작했을 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림의 공유자이거나 빌려준 돈에 대한 담보로 그림을 점유해 왔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빌려준 돈 1500만원과 관련해서는 “김씨는 별개의 법률관계로서 이씨에게 그림의 매수 대금을 대여한 자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 간 채무 관계에 대한 건은 별도의 소송에서 다뤄질 일이며 ‘그림의 소유자’를 다투는 본질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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