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가려는데 페널티 많아서…" 영재학교·과학고서 짐싼 학생들

입력 2024-06-09 18:30   수정 2024-06-10 00:35

과학 영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300명이 넘는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이 중도 이탈하고, 이공계특성화대에 진학했다가 의대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을 막기 위해 이공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학교 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서 전출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총 60명이다. 같은 기간 전국 20개 과학고의 전출·학업 중단 학생 수는 243명으로 집계됐다. 4년간 총 303명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떠났다. 영재학교·과학고를 떠나는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직전 4년인 2016∼2019년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떠난 학생은 220명이다. 최근 4년 수치보다 37.8% 적다.

중도 이탈 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의대 쏠림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2학년도부터 전국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생은 의대 진학 제재 방안에 동의한다고 서약해야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의약학 계열 진학을 희망하면 진로·진학 지도도 받을 수 없다. 의대에 진학하려면 학생은 교육비와 장학금을 반납해야 하고 일반고 전출을 권고받는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교 밖 교육·연구 활동을 기재할 수 없다. 과학고 역시 의대에 진학하면 졸업 때 수상이나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이공계특성화 대학을 징검다리로 삼는 학생도 늘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지난해 자퇴와 미복학 등으로 인한 중도 탈락 학생은 130명이다. 2019년 이후 5년간 중도 탈락한 학생은 576명에 이른다.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년 KAIST 등 4개 이공계특성화대학 중도 이탈자는 268명으로 전년(187명)보다 43.3% 늘었다. 영재학교·과학고의 고3 재학생이 의대에 지원하는 경우 교육비 환수 조치 등 불이익이 있지만, 재수생·반수생이 정시모집에 지원할 때는 별다른 제재를 취할 수 없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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