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중·러 위협 커지면 핵무기 증강"

입력 2024-06-09 18:45   수정 2024-06-10 00:56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핵무기를 증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추가 핵무기 배치가 현실화하면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핵전쟁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북·중·러, 빠르게 핵무기 확충”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디 선임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핵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핵무기 운용 지침’을 최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침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바디 선임보좌관은 “경쟁국들을 수적으로 앞서기 위해 핵전력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적국 핵무기의 궤도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우리는 몇 년 뒤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수를 늘려야 할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 “美 추가 배치하면 맞대응”
러시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미국이 핵무기 배치를 늘리면 러시아도 핵 교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는 누구와 어떤 대화도 중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이 협상을 거부할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협상을 거부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은 예외적인 상황에만 가능하고 (현재) 그런 경우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는 미국 인근 쿠바에 핵추진 잠수함을 입항시킬 예정이어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쿠바 혁명군에 따르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러시아 핵 추진 잠수함이 오는 12~17일 쿠바에 정박한다.

쿠바 혁명군은 6일 관영 매체 그란마를 통해 “핵잠수함 카잔호와 고르시코프 전함, 유조선, 예인선 등 네 척으로 이뤄진 러시아 해군 선박이 아바나항에 들어온다”며 “핵무기 운반용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쿠바에 들어오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인류의 생존, 칼날 위에 서 있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생존이 칼날 위에 서 있다”며 핵보유국들이 핵확산과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6일 ACA 연례회의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각국이 질적인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이런 위협을 더 증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들이 핵확산 금지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핵 선제공격에 나서지 않겠다고 상호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냉전이 종식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항시 대기 상태로 유지하고 있고, AI의 도움으로 발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는 5일 공개한 2024년 판 ‘세계의 현역 핵탄두 수’를 통해 이달 기준 지구에 존재하는 핵탄두 수는 1만2120개라고 밝혔다. 이는 9583개의 현역 핵탄두뿐 아니라 퇴역·해체를 준비 중인 탄두를 포함한 수치다. 특히 현역 핵탄두는 2018년 이후 세계에서 322개 늘어났다.

현역 핵탄두 기준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4380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3708개)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260개가 증가하면서 현역 핵탄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가 됐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50개인 것으로 RECNA는 파악했다. 2018년 이후 15개 늘어난 수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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