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 월급을 연금으로…'실버 포퓰리즘' 선거판 강타

입력 2024-06-09 18:43   수정 2024-06-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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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고령층을 겨냥한 ‘실버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 바람이 불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표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인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영국 집권당은 감세 정책을, 멕시코 집권당은 급여 대폭 인상안을 내놨다. 인도 집권당은 ‘노인 무료 건강보험’을 약속했다. 실버 포퓰리즘이 확산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 정부의 재정 악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연금 포퓰리즘 꺼낸 영국·멕시코
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다음달 4일 총선을 앞두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세를 1인당 평균 연 100파운드(약 17만원)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집권당인 보수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다음 의회 회기까지 감세 규모를 연 300파운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간 소요 예산은 24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로 추산했다. 수낵 총리는 “우리가 연금 수급자 편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며 고령층을 겨냥한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 보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지난 2일 멕시코 대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데는 현직 대통령이 꺼낸 ‘연금 포퓰리즘’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올 2월 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법안은 4월 상원을 통과했다. 개정법은 1997년 이후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퇴직 직전 받던 월급을 그대로 매월 연금 급여로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멕시코 근로자 평균 월급인 1만6777페소(약 126만원)를 상한선으로 뒀다. 2022년 기준 멕시코 연금 가입자의 연금 급여는 월 2904~9126페소다. 연금 개편에 따른 연간 비용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약 1.3%인 4300억페소(약 32조2800억원)로 추산된다. 2035년에는 GDP의 2.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7일 3연임을 확정지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노인 무료 건강보험’을 약속했다. 2019년부터 빈곤층 약 80만 명에게만 제공하던 무료 건강보험 제도(PM-JAY)를 70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한다는 공약이다.

리서치회사 노마에 따르면 인도의 7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기준 5245만 명이다. 1인당 건강보험 비용을 평균 1만5000~2만루피로 추산하면 최대 연 1조490억루피(약 17조3500억원)가 든다.
IMF “재정 보호해야”
IMF는 올해 선거를 치르는 각국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IMF는 4월 춘계회의에서 올해 선거를 앞두고 멕시코·인도가 공공 지출을 늘리려는 유혹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있는 국가는 그 해 재정 적자가 GDP의 0.4%포인트만큼 더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버 포퓰리즘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2022 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1950년 전체 인구의 5.13%였던 65세 이상 인구는 2022년 9.82%로 늘었다. 유엔은 고령 인구가 2050년 16%, 2100년 24%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층이 선거를 좌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는 ‘0세 아동 선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府) 지사는 4월 보호자가 투표권을 대리 행사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안을 제안했다. 다만 일본 헌법은 ‘성년에 의한 보통선거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헌이 필요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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