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켰지만…北 오물풍선 추가 살포

입력 2024-06-09 18:50   수정 2024-06-10 00:59


북한이 9일 밤에도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지난 8일 늦은 밤 풍선 살포에 우리 군이 6년여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9일 재개했지만 보란 듯이 또다시 풍선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띄워 보낸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밤 9시40분께 “북한 측이 대남 오물풍선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현재 풍향이 남서풍 및 서풍으로, (풍선이) 경기 북부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풍선 도발’이 이틀 연속 이어진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8일 밤에도 북한발 오물풍선 330여 개가 식별됐고,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 이날 도발까지 더하면 식별된 풍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까지 발견된 오물풍선은 서풍 계열 바람의 영향으로 주로 경기 북부와 서울, 강원 북부에서 관측됐다. 동해에도 여러 개 떨어졌다. 오물풍선에는 전단은 포함되지 않았고, 주로 종이와 비닐·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로 채워졌다. 거름 같은 분뇨는 없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대북 민간단체들이 최근 대북 전단을 날린 데 따른 일종의 보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남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할 경우 100배로 되갚아주겠다”며 위협해왔다. 동시에 북한은 오물풍선을 통해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는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물풍선 외에도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남한의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해상국경선’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임의로 연평도·백령도 북쪽에 국경선을 긋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김강일 국방성 부상도 오물풍선 살포를 예고한 담화에서 해상국경선을 언급하며 한국에 ‘군사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이달 말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개헌이 이뤄질 것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해상국경선’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술적으로 수중·수상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오후 군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다. 이후 북한의 도발로 몇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18년 판문점 선언에 따라 방송 장비가 철거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휴일인 이날 전군 간부들에게 정상근무를 지시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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