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0일 법사·운영위 독식 강행…우원식 의장 국회 운영 '시험대'

입력 2024-06-09 18:49   수정 2024-06-10 01:00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시도한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본회의 참석을 보이콧한다는 방침이어서 ‘반쪽’ 오명을 쓴 22대 국회의 파행 운영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10일 본회의 개최 여부는 합의를 통한 국회 운영에 대한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의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주말인 이날 오후까지 상임위 구성 협상에 실패했다. 우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중립적 국회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민주당은 우 의장이 ‘원 구성안 제출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7일 자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11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 명단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관례상 원내 2당과 여당 소속 의원이 맡아온 법사위·운영위 위원장에 당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고위원과 박찬대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방송 3법’ ‘언론개혁’ 등을 추진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역시 초강경파인 최민희 의원을 후보로 올렸다.

민주당은 국회법을 앞세워 10일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에는 첫 본회의(5일) 후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위원장을 선출할 상임위가 ‘최소 11개’일 뿐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천하는 국회를 위해 18개 상임위 전부를 선출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법사위를 강탈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7일 쌍방울그룹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겠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10일 본회의 소집 여부는 우 의장에게 달려 있다. 일단 우 의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메시지로는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7일 SNS에 “국회의장이 국회법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원 구성 시한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국회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이 이날 밤 12시까지 집무실에서 국민의힘의 상임위 구성안 제출을 기다렸다고 밝힌 점도 ‘본회의 소집 명분 쌓기’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우 의장으로서도 연이은 본회의 야당 단독 개최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의원을 꺾고 의장이 된 만큼 마냥 민주당 입장만 대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 의장은 상대적으로 합리적 중도 성향인 당내 중진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의장이 됐다. 야권 관계자는 “우 의장도 추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국회’를 강조하지만, 방식에서는 차별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우 의장 측 관계자는 “민주당은 본회의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요구한다고 해서 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아니다”며 “본회의 개최 여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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