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먼저 쓰든, 멜로디를 먼저 만들든 상관없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누구나 음원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준호 주스 대표 인터뷰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스는 지난해 KT 손자회사인 지니뮤직이 2022년 투자한 AI 스타트업이다. 다음 달 AI를 활용한 편곡 서비스인 ‘리라’를 정식 출시하는 게 목표다.
“AI로 편곡 대중화”
주스는 유튜브뮤직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음원 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넣을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힌다. 주스는 지난해 6월부터 리라의 시험 운영을 해왔다. AI가 디지털 음원을 추출해주는 서비스가 리라의 핵심 기능이다. 다음 달 정식 출시 버전은 악보 생성 시간을 시험 운영 버전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추출한 악보를 편집하거나 악기를 바꿔 연주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김 대표는 “음악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AI 음악 전사 기술을 이용하면 쉽고 편리하게 기존 음악을 편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AI와 편곡을 연계하려 한 데엔 그의 아르바이트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작곡을 전공했던 김 대표는 음원을 청음한 뒤 악보로 표현하는 채보 아르바이트를 수차례 했다. 곡 하나를 채보하는 데 드는 시간은 길게는 8시간. 김 대표는 “악보 한 장에만 채보에 2시간이 걸린다”며 “리라를 이용하면 2분이면 악보 변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스가 리라를 통해 노리는 건 편곡의 대중화다. 일반인들이 재즈, 클래식 등 원하는 방식으로 기존 음악을 편곡할 수 있도록 하면 새로운 온라인 놀이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주스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틱톡이 숏폼으로 동영상 편집 장벽을 낮췄던 일이 음원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며 “이미 유튜브에서 음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작 하는 ‘커버 문화’가 SNS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K팝 편곡해 누구나 수익 창출”
주스는 지니뮤직에서 유통하고 있는 K팝을 편곡 음원 타깃으로 구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K팝을 각국 사람들이 자유롭게 편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편곡한 곡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앨범을 만들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수익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주스는 지니뮤직뿐 아니라 멜론, 스포티파이 등 타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편곡 음원을 공급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누구나 앨범을 내고 수익도 투명하게 정산되는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며 “일반인이 리메이크 앨범을 낸다면 원 저작권자에게 저작물 사용 비용을 지불하고 2차적 저작물인 앨범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음원 제작에 쓰이는 ‘DAW(디지털 오디오 작업장)’도 자체 개발해 리라로 공급할 계획이다. 리미터, 리버브와 같은 특수효과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지니뮤직과 다른 협업도 하고 있다. 주스와 지니뮤직은 공간, 날씨, 이용자 등의 특색에 맞는 음원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지난 1월 KT의 판교 사옥에 AI 음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외부 환경 변화를 감지해 사내 구성원의 활동과 공간별 특색에 따라 실내에서 재생되는 곡을 자동 선곡한다.
김 대표는 “주스는 음악 창작자에게 도움을 주는 AI 서비스를 통해 음원 창작자와 상생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세계 단위의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며 “‘쿠바 사람들이 부르는 김형석의 ‘아름다운 이별’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부르는 ‘K-발라드’를 듣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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