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직업 뺏긴다고?…'이 직업'은 대체 못하는 이유

입력 2024-06-10 14:34   수정 2024-06-10 14:41

'의사,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 경영 지원 관리자, 대학교수, 작가, 영화 및 영상 전문가….'

한국은행이 협동·협상·설득력 등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 많이 요구된다고 꼽은 직업들이다. 이 직업들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술이 높을 수록 임금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10일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 보고서에서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과 한지우·장수정 조사역은 "사회적 기술을 갖춘 인력의 중요성이 노동시장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22년 14년 동안 사회적 기술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의 비중은 49%에서 56%로 7%포인트 늘었다. '수학적(인지적) 기술' 집중 일자리의 비중도 50%에서 55%로 커졌지만, 증가 폭(5%포인트)은 사회적 기술 집중 일자리보다 작았다.

사회적 기술은 협동·협상·설득력과 사회적 인지력(타인의 감정·반응 이해 능력) 등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됐다.

약 1만명의 청년 패널에 대한 추적 조사(2007∼2020년) 결과를 활용해 사회적·인지적 능력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니, 사회적 능력에 대한 보상이 늘어나는 추세도 확인됐다. 사회적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은 인력의 임금은 2007∼2015년 평균보다 4.4% 많았지만,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평균을 5.9% 웃돌았다.

하지만 인지적 능력이 1단위 높은 인력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대비 초과 임금 수준이 10.9%에서 9.3%로 오히려 낮아졌다.

사회적 기술과 수학적 기술이 모두 높은 직업으로는 행정 및 경영 지원 관리자, 전문 서비스(연구·교육 및 법률, 보험 및 금융, 문화·예술 등) 관련 관리자, 의료 진료 전문가·약사·간호사, 대학교수 및 강사·학교 교사 등이 꼽혔다.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 법률 전문가, 작가 및 언론 관련 전문가, 연극·영화 및 영상 전문가, 경찰·소방 및 교도 관련 종사자 등은 사회적 기술은 많이 요구되지만 수학적 기술은 낮은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생명 및 자연과학 관련 시험원, 회계 및 경리, 통계 관련 사무원, 석유 및 화합물 가공 장치 조작원, 자동 조립라인 및 산업용로봇 조작원은 수학적 기술은 높으나 사회적 기술은 적은 직업으로, 미용 관련 서비스 종사자, 조리사,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축산 및 사육, 임업, 어업 관련 종사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는 두 기술이 모두 요구되지 않는 직업으로 꼽혔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다양한 업무가 대체되고, 특히 인공지능(AI)은 인지적 업무까지 대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사회적 능력은 상대적으로 자동화 기술이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더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 현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지적 능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협업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기를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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