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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주도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마련해 자국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 역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적극적인 세일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아시아 중동 유럽 미주 국가들이 AI를 위한 새 컴퓨팅 시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 등 기술기업의 매출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국가 AI에 가장 적극 투자하는 나라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국립 슈퍼컴퓨팅센터에 최신 엔비디아 AI반도체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영 통신사 싱가포르텔레콤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동남아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자국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을 위한 국가 컴퓨팅 전략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국내 AI컴퓨팅 역량 강화를 위해 7억4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AI 훈련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 GPU 점유율을 현재 3%에서 2035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신흥국들도 AI를 통한 비약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케냐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와 함께 1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I 모델 훈련을 이용한 전력원으로 케냐의 지열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직 구글·메타·트위터의 정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였던 누 웩슬러는 "정부는 이제 AI 인프라와 민감한 데이터를 위한 주권 클라우드를 원하고, 미국 기반 테크기업은 이를 구축하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클라우드 제공업체에 엄청난 성장 기회이지만 수출 통제와 정치적 경쟁의 지뢰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국가 컴퓨팅 전략은 현지에서 AI를 개발하고 자국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국어로 LLM을 학습시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컴퓨팅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속 전략적 자립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국가 컴퓨팅 전략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작년까지 국가 대상으로 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주권적 AI 노력'으로 100억달러(약 13조76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났고 지난해 12월 일본과 싱가포르, 올해 초 캐나다와 UAE 정부 관계자와 면담하는 등 세일즈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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