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KGM)는 2022년 12월 발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재연시험 결과에 대해 "(실험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객관성이 결여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GM은 10일 재연시험에 대해 "해당 시험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음을 전제로 진행됐으나 (그 근거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100% 밟았음을 기록한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의 기록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EDR은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 있어야 사고 기록을 저장하되 그 기록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한 '마지막 5초'뿐이기 때문에 모든 주행 구간에서 '풀 액셀'을 밟은 건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KGM 주장의 요지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는 60대 A씨가 2022년 12월 강원 강릉시에서 K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발생했고,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손자 이도현(당시 12세) 군이 숨졌다. A씨와 그 가족은 KGM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올해 4월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사고 관련 재연시험이 강릉 도로에서 진행됐다. 지난달 발표된 시험 결과는 'A씨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왔다.
KGM은 또한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 '운전자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도 반하는 조건으로 재연시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재연 시험에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은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을 때도 속도가 각각 124㎞와 130㎞가 나온 만큼,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보다 속도 증가 폭이 컸던 점도 지적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해 가속이 느렸다거나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속도 증가가 더뎠던 게 아니라 사고 충격으로 인해 정상 가속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KGM은 "사건 차량은 EDR 데이터가 기록되기 이전에 다른 차량을 추돌하는 등 큰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차량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속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건 차량이 실제로 시속 100㎞로 주행한 구간은 오르막으로 재연 시험은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서 이뤄져 데이터의 차이가 발생했다"며 "원고들이 시행한 주행 시험과 별개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조건에 따라 KGM의 제안에 의해 실시된 감정 결과 감정인은 국과수 사고조사보고서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의 변속 패턴이 재연시험에서 나온 수치들과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감정인의 해석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보완 감정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GM은 "원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재연시험은 법원을 통하지 않은 사적 감정으로 객관성이 담보된 증거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추돌할 당시 가속 페달을 60% 이상 밟았기 때문에 AEB가 작동하지 않은 채 경고음만 울렸던 것"이라며 "원고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은 이미 입증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GM은 "블랙박스 영상을 비롯한 수많은 영상과 녹음된 주행음 분석 등 여러 방면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차량에 기계적 결함이 없다고 나온 사고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위 결론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씨 가족은 지난해 2월 국회 국민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을 올렸고, KGM을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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