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 측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향해 또 한 번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SM이 전속계약 분쟁을 마무리하며 합의했던 '카카오 음원 유통 수수료율 5.5% 보장'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서 상에 명시된 '개인 활동 매출 10% 지급'도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첸백시의 소속사 INB100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첸백시의 원 소속사인 SM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며 긴급하게 마련한 자리였다.
현장에는 INB100의 모회사인 원헌드레드의 차가원 회장, 김동준 INB100 대표, 이재학 변호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6월 첸백시는 정산 자료와 정산 근거의 사본 등을 제공받지 못했다면서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부당한 장기계약을 강요당했다며 '노예 계약'을 주장하기도 했다. 첸백시를 포함한 7명의 멤버들이 SM과 재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SM은 "엑소 멤버들은 기존 전속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이 전혀 강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가며 당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에 신규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산 근거의 사본을 제공할 수 없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외부 세력의 접근에 대해 제보를 받았다면서 "제3자에 대한 부당한 제공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SM이 지목한 대상은 가수 MC몽이 세운 빅플래닛메이드엔터였다.
갈등 끝에 양측은 일부 협의 및 수정을 거쳐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첸백시 측은 공정위 제소 등 법적 대응을 마무리했고, SM은 첸백시가 개인 활동을 외부에서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첸백시 측은 SM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카카오를 통한 음원 유통 수수료 5.5%를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15~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SM 수준으로 낮춰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합의서 상에 명시된 내용인 'INB100에서 발생하는 개인 매출 10%를 SM에 지급한다'는 내용도 지킬 이유가 없다고 첸백시 측은 주장했다.
이재학 변호사는 "당시 이성수 SM 대표는 아티스트들이 설립할 신규 법인, 즉 INB100이 기획·개발·제작한 음반 등 콘텐츠는 SM이 지정하는 자를 통해 유통하게 하고, 음반·음원 유통 수수료율을 타사보다 낮은 5.5%로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첸백시가 세울 회사는 카카오 계열사는 아니지만 카카오 계열사가 받는 수준인 5.5%만 받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약속이 있었기에 합의서를 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합의서에 날인한 후 아티스트들은 SM이 제시한 조건이 이행될 것으로 믿고 공정위 제소를 취하하는 등 법적 분쟁을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원헌드레드의 또 다른 자회사인 빅플래닛메이드는 지난 3월 카카오엔터가 일반 업체에는 20% 안팎의 유통수수료를 요구한 반면, SM과 같은 관계사에는 5~6% 정도의 유통수수료를 부과했다며 '갑질'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 배경에 첸백시가 있었던 셈이다.
건설사 피아크를 운영 중인 차가원 회장은 "난 엔터에 몸을 담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많은 엔터 분들이 유통 수수료율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그 기준이 굉장히 궁금하다. 유통사에 여쭤봐도 딱히 정확한 대답을 못해주더라. 그래서 이성수 대표가 말한 계열사 수수료 5.5%가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에 그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 의견을 물어봤다. 다른 엔터도 그 정도로 비슷하게 혹은 그보다 높더라도 비슷하게는 맞춰줘야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에 대한 기준을 알고 싶어 공정위에 제소한 거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첸백시는 SM과 계약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기존 전속계약은 끝났으나, 재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신규 전속계약에서 약속받았던 거액의 계약금도 위 합의서를 작성하며 각각 포기해줬다"면서 다만 "재계약에 대한 계약금을 포기한 건 다른 여러 합의 조건을 종합해 작용한 거다. '바로 이런 이유다'라고 단언하기엔 어렵다. 여러 계약 조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첸백시 개인 활동에 대한 매출 10%를 SM에 지급하라는 건 합의서 상 명시된 내용이고, '음원 유통 수수료'와 관련한 건 구두 약속이기 때문에 별개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첸백시 측은 이성수 대표와 차 회장 간 녹취록을 음원 유통 수수료율 5.5% 약속에 대한 증거로 내밀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대표는 '어디서도 9%를 내야 되면 예를 들면 저희가 그거를 5%로 줄여주는 거다', '거기에서 4%의 업사이드가 나오는 거다', '저희랑 똑같은 수수료를 낮춰줄 건데 그게 5.5%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결국 계약이라는 건 양사의 의사 합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구두 합의도 합의라고 확립된 게 우리나라 법이다. 문헌에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통 수수료가 합의 조건이 돼 (매출) 10% (지급)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백현, MC몽, 차 회장을 둘러싸고 템퍼링 의혹도 불거졌던 바다. 전속계약 분쟁 당시 아울러 정산 근거의 사본을 제공할 수 없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외부 세력의 접근에 대해 제보를 받았다면서 "제3자에 대한 부당한 제공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SM이 지목한 대상은 가수 MC몽이 세운 빅플래닛메이드엔터였다.
이와 관련해 차 회장은 "난 빅플래닛메이드의 최대 주주이자 투자자다. 또 원헌드레드라는 지주사의 대표다. 얼마 전 원헌드레드가 INB100을 인수함으로써 우리 레이블이 됐다"면서 "백현과 나는 매우 친한 누나와 동생 관계다. 신동현 대표(MC몽) 역시 백현과는 연예계 선배이자 가까운 형이다. 신 대표는 많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조언해 주고 미팅도 하며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차 회장은 "이 사태는 절대 템퍼링이 아니다. 첸백시 사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난 빅플래닛메이드를 인수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빅플래닛메이드의 대표 박장근과 백현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다. 백현이 힘든 상태에서 나와 신 대표에게 상담해왔고 연예계 선배이자 지인으로 조언해줬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백현은 INB100이라는 회사를 혼자 설립했고, 얼마 전까지도 혼자 운영하고 있었다. 템퍼링 의혹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첸백시를 품은 현재 다시금 정산과 관련한 부분도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다. 차 회장은 "지금 이 순간부터 SM과의 전면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면서 "첸백시의 연예활동에 대한 정산의 근거 자료를 모두 제공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왜 지난해 논란을 다시 반복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난 SM과의 합의 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마지막 합의서 작성까지 함께한 당사자"라면서 "첸백시가 가장 편한 상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당사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첸백시 측은 SM을 향해 ▲유통 수수료 5.5% 보장 의무 불이행 인정 ▲INB100 아티스트 개인 명의로 올리는 매출 10%에 대한 지급 요구 중단 ▲2023년 8월 합의 전후 정산 자료 및 근거 자료 즉시 제공을 요구했다. 해당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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