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호캉스②] '1박 200만 원'을 납득할 수 있는 호텔, 아만 도쿄

입력 2024-06-10 17:49   수정 2024-06-10 18:00


호텔에서의 럭셔리란 무엇일까? 아만 도쿄로 향하는 길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질문이다. 평수기에도 1박에 2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요금도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아만 도쿄는 202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호텔을 선정하는 ‘월드 50 베스트 호텔’ 어워즈에서 5위를 기록했다. 호텔업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상으로, 순위는 여행업계 전문가 58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자가 24개월 이내에 직접 투숙한 호텔에만 투표할 수 있는 등 까다로운 규칙으로 객관성을 유지한다.

아만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럭셔리 호텔을 이야기할 때 첫손에 꼽히는 브랜드다. 프라이빗한 공간 설계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밀착 서비스를 제공해 재벌과 셀러브리티들이 아만의 골수팬을 뜻하는 '아만 정키'를 자처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인 아만 정키다.

아만은 전 세계에서 34개 호텔을 운영하는데 그중 아만 도쿄가 가장 높은 순위의 영예를 안은 이유는 무엇일까. 호화롭기로 유명한 아만 베니스(14위)나 아만 뉴욕(25위)보다도 한참 위다. 아만 도쿄의 특별함은 무엇일지, 과연 하룻밤에 300만 원 이상의 가치는 있을지 조금 미심쩍은 마음으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28층의 문이 열리는 순간, 무장해제의 탄성이 터졌다.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건물 6층 높이(30m)의 천장. 일본 전통 조명에서 모티브를 딴 흰색 천장에는 그야말로 '장중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벽과 바닥은 이와 대조되는 짙은 흑색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가운데 만들어진 작은 연못과 고고하게 심긴 한 그루의 소나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마치 ‘여기서부터는 아만의 세계’라고 선포하는 듯하다.

아만 도쿄에서는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가 감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건축물에 반영하는 데 특출난 재주가 있는 건축가 케리 힐의 솜씨다. 그는 일본 전통가옥의 요소와 함께 그 안의 정신도 호텔 안에 담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숲이다. 일본 전통가옥에서 정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호텔이 위치한 오테마치는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거리로, 공원은커녕 듬성듬성한 가로수가 전부다. 케리 힐은 호텔만을 위한 숲을 만들기로 했다. 매우 '아만다운' 방식으로. 도쿄 교외에 부지를 구입해 나무와 식물을 심고 3년간 가꾼 뒤 이를 통째로 옮겨온 것. 덕분에 도심 한가운데서도 숲속으로 휴양을 떠나온 듯 푸르름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곳곳에 걸린 예술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흙과 지푸라기 등 자연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일본 작가 슈헤이 하사도의 예술작품은 일본 고유의 정신세계인 '와비사비' 정신을 담아낸다.

이는 객실도 예외는 아니다. 창호지로 된 미닫이문, 전통가옥의 주재료인 물푸레나무와 음나무로 구성한 공간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다만 무엇 하나 튀는 것이 없다. 조화롭지만 특별히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요소는 없다. 그럴 때 눈에 띈 것 하나. 모든 가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널찍한 창을 향해서다.



창밖으로는 도쿄의 풍경이 한가득 펼쳐진다. 앞으로는 일왕의 거처가 있는 거대한 숲이, 뒤로는 빼곡한 고층 빌딩 숲이 펼쳐진다. 날이 맑은 날에는 저 멀리로 후지산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일부러 그린 듯이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풍경이 마치 거대한 액자 속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비로소 절제된 디자인의 이유를 깨닫는다. 미니멀한 객실과 화려한 풍경의 대조는 역설적으로 양쪽 모두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전시 작품에만 핀 조명을 비추고, 나머지 공간은 어둡게 유지하는 미술관처럼. 아만에서는 번잡한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다. 나의 방 안에 도시를 통째로 들여놓았으니. 그것이 아만에서 누릴 수 있는 럭셔리다.

요금은 22만 엔부터(약 19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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