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MASH 시장 경쟁 치열…레즈디프라 이을 다음 타자는

입력 2024-06-11 08:32   수정 2024-06-11 08:33

올해 3월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세계 첫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승인받은 이후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유럽간학회(EASH)에서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약물이 우위를 점한 모양새다.

일라이릴리는 190명의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섬유화 악화 없이 증상이 개선됐다는 임상 2상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고용량인 15mg를 투여한 경우 73.3%의 환자에서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았다. 해당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6월 9일자로 발표됐다.

특히 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 중 질병 악화 없이 섬유증이 한 단계 이상 개선된 비율은 51~54.9%로 위약군(29.7%) 대비 효능을 입증했다. 터제파타이드는 일라이릴리가 당뇨약 '마운자로', 비만약 '젭바운드'로도 출시한 성분이다.

앞서 7일 베링거인겔하임도 서보두타이드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MASH 환자 2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48주차에 83%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의 최대 52.3%에서 섬유증이 개선됐는데 이는 위약군(25.8%)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환자의 45% 이상이 MASH 위험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GLP-1는 비만과 MASH를 동시 치료할 수 있는 유망한 표적"이라며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는 상황에서 부수적인 효과를 강조할 수 있는지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MASH 시장은 GLP-1·FGF21·THR-β 삼파전
MASH는 알코올 섭취 없이 대사질환으로 중성지방이 간에 축적되는 질환이다. 전 세계 4억4000만명의 MASH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국내에도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MASH 치료제 시장은 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MASH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길리어드사이언스, 얀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임상에서 유효성을 증명하는데 실패하며 개발을 중단했다. 발병에 미치는 요인이 복합적이라 명확한 표적을 잡기 어렵고 효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나 바이오마커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GLP-1과 FDA 허가 받은 레즈디프라와 같은 표적인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THR)-β,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 등 삼파전으로 좁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일라이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이 연달아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GLP-1이 MASH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FGF21은 GLP-1 못지않게 유망한 표적으로 여겨진다. FGF21 표적 약물 '페고자페르민'을 개발 중인 미국 89바이오는 지난해 M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공적인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 올해 3월부터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같은달 아케로테라퓨틱스는 FGF21 표적 약물인 '에프룩시퍼민'이 환자의 46~75%에서 섬유증을 1단계 이상 개선했다는 임상 2b상 예비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첫 MASH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줬던 THR-β는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THR-β표적 치료제 'VK2809'는 지난 4일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15% 하락했다. 시장을 선점한 레즈디프라를 뛰어넘을 만큼의 월등한 경쟁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면서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경영진은 FDA와 논의 후 임상 3상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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