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말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 비중은 89.6%(계좌 수 기준)에 달했다. 2020년(96.7%)과 비교하면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열 명 중 아홉 명꼴로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은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자체가 적어 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받아도 내야 하는 소득세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연금으로 수령할 동기가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 방식으로 수령할지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일시금 평균 수령액은 1645만원으로, 연금 방식 평균액(1억3976만원)보다 훨씬 적었다. 국내에선 은퇴자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을 때 6.6~49.5% 세율로 퇴직소득세가 부과되지만, 근속연수 등에 따른 공제가 적용돼 실제 세금은 미미하다.
퇴직연금 일시금이 적은 가장 큰 이유로는 중도 인출이 꼽힌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확정기여형(DC형)에만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파산 등 예외적인 사유가 있으면 중도인출을 허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근로자 3만2745명 중 77.8%인 2만5487명이 주택 구입자금 및 전세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했다. 확정급여형(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근로자 대부분이 중도인출을 염두에 두고 전환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재부와 고용부는 중도인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 구입액이나 전세금 규모에 따라 인출 금액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소득세 감면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퇴직금을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로 이체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 감면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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