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만 여당에 내주면 운영위와 과방위는 포기하겠다는 막판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거대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건 사법, 행정, 언론 장악력을 높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와 윤석열 대통령 공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탄핵 추진 밑작업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 역할도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구성되는 대로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을 논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법사위에는 ‘대장동 변호인’인 박균택·이건태 의원과 ‘친문 검사’ 이성윤 의원이 포진해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기소 가능성이 큰 ‘쌍방울그룹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다며 특검법을 발의했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한 압박도 노골적이다.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판사의 편향된 가치관, 선입견, 독선,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비난했다.
방송 3법 개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학회·시민단체 등에도 추천권을 주는 게 핵심이다. 여당은 “친(親)야권 성향 단체들에 추천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당장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이 여권 우위로 바뀌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회의 개최 요건을 위원 2명에서 5명으로 강화하고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임명하지 않더라도 ‘임명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방통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아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직접 상대한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나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같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관된 사안에 대해 수시로 운영위를 소집해 대통령 참모진을 국회로 부를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통상 집권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던 관례도 깨뜨렸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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