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아홉 번의 공식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 중 4번 분홍 계열의 상의를 입었다. 지난 2월 한강 리버버스 운영계획,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 핫핑크 계열의 폴로넥 셔츠를 착용했다.
최근에는 공식 행사에도 핑크색 옷을 입고 자주 등장했다.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갔다 온 중동 출장, 23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토크콘서트, 이달 4일 넥스트로컬 발대식 등에서다.
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꽂힌 건 사실 핑크색이 아니라 ‘스카이코랄색’이라는 서울색"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말 '2024년 공식 서울색'으로 지정한 색이다.
스카이코랄은 서울의 주요 키워드인 한강과 선홍빛 노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색이다. 오 시장이 지난 2년동안 그레이트한강을 필두로 한 하드웨어 조성 방안을 속속 내놓았다면 남은 임기는 서울의 미를 개선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서울색 개발도 도시의 감성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취지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시민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서울색은 이미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시는 작년 말부터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시청사, 한강, 남산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 서울색 조명을 점등하고 있다. 지난 1월 CES(미국 소비자 가전 박람회) 서울관 부스, 지난 5월 중동 ‘핀테크 서밋’ 서울관 등에도 서울색을 입혔다. 벤치, 가로 쓰레기통 등 각종 공공시설물에도 색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는 정책을 통해 서울색을 알리고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결국 홍보 파급력이 있는 건 오 시장이다. 서울시의 1호 영업사원 오 시장이 분홍 계열의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대중 앞에 서는 이유다.
서울색은 매년 바뀔 예정이다. 시는 내년 서울색 개발을 위해 용역 업체를 선정했고 지난달에는 착수보고회를 진행했다. 내년 서울 도심은 어떤 색으로 물들까? 박선영 이미지 전략가(국제대 교수)는 "오 시장은 파스텔 톤이 잘 어울린다"며 "영국 왕실의 상징색인 로열블루나 중채도 중명도의 하늘색이 정치인 오세훈의 호감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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