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이 "살풀이하듯 음악, 모든 작업물 내 손 거쳐"…이유 있는 자신감 [종합]

입력 2024-06-11 17:56   수정 2024-06-11 17:57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쎄이(SAAY)가 진정성을 가득 담은 신곡으로 돌아왔다.

쎄이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뮤직 사옥에서 새 디지털 싱글 '도미노(DOMINO)'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쎄이는 "신곡을 내는 게 6개월 만이다.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데뷔 8년 차인데 어떤 걸 해야할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 끝에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곡은 장르적으로나, 쎄이라는 아티스트의 방향성으로 보나 솔로로 처음 탄생했을 때의 바이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도미노'는 클래식과 힙합이 결합된 미디어템포 알앤비 힙합 곡으로, 잠재돼 있던 '자아 분열'에 대한 고충이자 메시지, 무너진 쎄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쎄이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쎄이가 가장 잘하는 장르를 표현한 곡"이라고 자신한 쎄이는 "유니버설 소속 아티스트로 함께 해오면서 15장의 앨범을 냈다. 비주류 장르에서 공백기 없이 왕성하게 활동한 케이스다. 그런데 사람이 전전긍긍하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고립 상태가 온다. 그걸 슬럼프라고 한다. 이걸 어떻게 깨고 나가느냐, 더 좋은 둥지로 날아가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찾은 해답은 '초심을 찾는 것'이었다. 쎄이는 "음악이 순수하게 즐겁고 재밌었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전작과 다르게 대중들이 좋아할 포인트는 조금 덜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로 채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곡 '도미노'에 대해 "가사에 '넌 날 볼 수 없고, 날 본다고 아는 척 하지 말라. 그리고 넌 나의 가치를 모르고, 나의 세상을 모른다. 나의 가치는 오롯이 나만 알고, 이 모든 건 도미노처럼 흘러간다. 결론적으로 나는 하나의 도미노'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나 스스로를 달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는 전부 영어로 썼다. 이와 관련해 쎄이는 "100%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인데 어릴 때부터 해외 생활을 많이 했다. 이 곡을 한글로도 작업해봤는데 영어로 했을 때 장르적인 멋스러움이 조금 더 잘 표현되는 것 같더라. 데뷔곡 '써클'도 다 영어 가사였다. 초심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했던 모든 포지션을 다시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안무에는 Mnet '스트릿 맨 파이터'로 이름을 알린 댄서 바타가 이끄는 위댐보이즈, MZ 대세 댄서 아이반이 참여했다. 쎄이는 "난 노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댄서 생활을 먼저 했던 사람이라 퍼포먼스에 항상 욕심이 있다. 쎄이가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짜야겠다고 생각해 디렉팅, 댄서 피칭 과정도 다 직접 했다. 나의 장점을 극대화한 곡"이라고 자신했다.

퍼포먼스와 관련해 더 구체적으로 "위댐보이즈와 아이반 댄서 친구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나의 감정선으로 출연한다. 안무를 짜고 디렉팅을 하면서 이 친구들한테 계속 강조한 게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많은 감정들이라고 했다. 현대무용스러운 바이브를 많이 줬다. 뮤직비디오에 '나'라는 메인 감정이 있고, 여러 개체들이 감정선을 표현한다. 브릿지 파트에 바타가 나오면서 여섯 감정들이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 있는 응축된 감정으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심오한 메시지에 걸맞게 곡은 강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는 깊고 복잡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그려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데, 쎄이는 "난 곡을 쓸 때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가수라는 타이틀은 아티스트나 곡을 직접 쓰는 뮤지션들에게는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진짜 좋은 곡, 좋은 아티스트라면 시간이 흐르고 롱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성이 생긴다. 오래 가다 보면 대중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대중성을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향하는 지점이 있는데 대중성을 생각하면 포장지가 바뀌는 것 같다. 비즈니스적인 시선이 섞이면 예술이 예술다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창작 과정에서는 최대한 대중성을 덜어내고 자신감 있게 내 작업물이라고 내보내고, 내 것다워야 대중성이 따라붙는다고 생각한다. 입소문이 타면 '도미노'도 대중적인 게 될 수 있는 거다"라며 웃었다.


쎄이는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다'라는 의미의 'SAY'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자 'A+'를 더한 활동명으로 2017년 7월 데뷔해 이후 다수의 앨범을 통해 음악 팬들을 찾았다.

작사, 작곡, 안무 창작, 퍼포먼스 디렉팅까지 가능한 올라운더로 백현·트와이스·에스파 등 유명 아이돌의 곡 작업에 함께했고, 스눕 독·크러쉬·브라운 아이드 소울 영준·펀치넬로·우원재,·저스디스·릴 모쉬핏 등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는 "거품이 아니라 난 데뷔 때부터 모든 걸 다 만들었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쎄이는 "스케치부터 모든 악기와 코러스를 얹는 과정, 작사 등 전 과정에 내가 들어간다. 뮤직비디오 시놉시스나 시나리오에도 참여하고 아트웍도 내가 작업할 때도 많다. 모든 작업물을 내 손을 거쳐간다"며 이 자체가 '쎄이의 바이브'라고 자신했다.

쎄이는 "내 곡에는 항상 내 감정들이 1000% 녹아있다. 전부 일기장에서 시작되는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 음악을 살풀이처럼 하는 사람이다. 맺혀있는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낸다"고 밝혔다.

'도미노'는 "많이 무너지고 넘어진 경험을 하나로 응축해 표현해낸 곡"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걸그룹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도미노'를 두고 "20대 때 연예계 생활을 한 나를 달래주는 곡"이라고 하기도 했다.

데뷔 때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묻자 "6~7년 전에 낸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냥 귀엽다. 지금은 여유, 경험치가 있다. 처음 쎄이로 시작했을 때의 곡을 요즘 찾아보면 너무 악 쓰는 게 느껴지더라. 솔로로 8년 차가 되도록 직접 다 만드는 프로세스를 오래 겪었다 보니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는 "'조금 진정하라.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는 일주일에 3일 잠을 못 잔 채로 노래하고 연습했다. 물론 그게 자양분이 돼 지금 다른 포지션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네가 하고 싶은 걸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션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이제는 잘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을 잘 유지하는 거라고 확신해요. '도미노'가 그런 곡이에요. 아직 공부할 게 많이 남았지만 지금의 쎄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 곡이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해요. 다른 작업물에 비해 만족도도 높고요. 여러 시도 끝에 이제서야 확실한 쎄이의 작업물이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서 자신 있어요."

음악적 롤모델로는 잭슨 파이브, 자넷 잭슨, 송골매, 조용필을 꼽았다.

끝으로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고 물었다.

"항상 칭찬을 못하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10번 중에 3번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7~8년 동안 가십이나 루머가 없었고, 음악적인 엇갈림도 없이 좋은 팀원들과 작업물을 만들어냈잖아요. 기자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환경이 감사해요. 다행스럽다 싶기도 하고요. 요즘 음악을 하는 척하면서 겉멋부리다가 2~3년 하고 쑥 들어가는 친구들도 많아서 그걸 늘 경계했었는데 이제는 나이도 서른이 됐고, 연차도 차 작업 프로세스가 잘 받쳐주고 있으니 잘 하고 있다고 간간이 칭찬해주고 싶어요."

'도미노'는 오는 12일 오후 6시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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