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건강을 내세운 식재료죠. '맛있는데 0칼로리'라고 마케팅하며 잘 나가는 제로(0) 슈거 식음료처럼요."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만난 한 국내 중소 식품기업 바이어는 "최근 웰니스(건강) 트렌드에 맞춘 '로우 스펙 푸드'를 찾으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우 스펙 푸드는 맛은 기존 음식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건강을 고려해 당, 칼로리 등을 낮춘 음식을 부르는 말이다.
로우 스펙 푸드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이 바이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420여 개 사가 넘는 국내외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각 브랜드에서 '저당류', '저칼로리'란 문구를 내건 음식들이었다. 행사장에서는 한 부스 건너마다 로우 스펙 푸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제로 칼로리 및 제로 슈거 음료, 저칼로리 아이스크림과 가공식품 등이 전시돼 있었다.
매대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선 부스 중 한 곳은 단맛을 내는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를 전시한 삼양사였다. 삼양사는 2016년 자체 효소 기술 기반의 액상 알룰로스 개발에 성공하고 2020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와 포도 등에 희소하게 존재하는 당류에서 얻는다. 설탕의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1g당 0∼0.2kcal에 불과하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와 오리온, 빙그레, 농심, 매일유업 등 국내 대형 식품업계에서 삼양사의 알룰로스를 사용한 제로 식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삼양사는 방문객의 이해를 돕고자 알룰로스를 사용해 상품화까지 성공한 국내 식음료를 전시해둔 모습이었다. 삼양사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알룰로스가 제로 음료에만 적용됐는데 최근에는 소스나 차, 시리얼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며 "알룰로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인지 오늘 찾은 식품 개발자들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수기인 여름 수요를 겨냥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홍보하는 업체도 있었다. 음료 위주로 개발된 로우 스펙 푸드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히겠다는 취지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제로(0) 칼로리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 알룰로스를 사용한 '스크류바 0kcal'와 '죠스바 0kcal'로 칼로리 걱정 없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올해 초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쿠팡, 롯데홈쇼핑 등 채널에 저칼로리 비건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이스케키'를 입점시킨 서스테이블은 로우 스펙 푸드 인기에 자사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나이스케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넘게 뛰었다는 설명. 서스테이블 관계자는 "통상 아이스크림에 사용하는 우유와 계란을 넣지 않았는데도 맛이 일반 아이스크림과 다르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즐기는 편"이라며 "아이스크림 1통(474mL 용량 기준)에 800kcal가 넘는 제품과 비교하면 동일 용량이 310kcal로 저칼로리"라고 자신했다.
업계에선 로우 스펙 제품군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맛있게 건강관리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로우 스펙 식음료 관련 U&A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자 가운데 73.2%가 '최근 로우 스펙 식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85.6%는 '향후 로우 스펙 식음료 구매 및 섭취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 식생활 트렌드를 주제로 온라인 언급량과 키워드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놓쳐선 안 될 식품 트렌드'로 로우 스펙 푸드를 꼽은 바 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유통업계에서의 관심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유경 식약처 차장은 지난 5일 전국편의점산업협회,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 관계자 10명과 간담회를 열고 건강 먹거리 매장 확대,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유통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웰빙 콘셉트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로우 스펙 푸드는 점차 더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중소업체에서도 차별화된 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차별화된 로우 스펙 푸드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행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양=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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