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여사 관련 권익위 두줄 브리핑, 국민 납득하겠나

입력 2024-06-11 18:02   수정 2024-06-12 06:55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그제 조사 결과 발표는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들다. 김 여사가 2022년 9월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아 촉발된 이 사건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핵심이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의 발표는 사실상 두 줄이었다. 첫 번째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법 제8조엔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공직자 본인과 달리 배우자에 관한 제재 규정이 없어서 징계나 벌칙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이 된다. 하지만 김 여사가 이번 사안에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인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 배우자는 고가 선물을 받아도 된다”는 말이 퍼지는 것이다.

또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 가방의 대통령기록물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목 역시 납득이 쉽지 않다. 애써 시행령 14조를 찾아보면 1항4호엔 언론에 공개되고 새 증거가 없는 경우, 그리고 1항6호엔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종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 및 대통령기록물 여부와 이 두 조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다. 하지만 갑자기 공지돼 1분 남짓 만에 끝난 e브리핑과 입장문 배포가 전부였다. 국민의 알 권리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치적 민감도가 최고조에 달한 사안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처리하고서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권익위는 이제라도 이번 사안의 판단 기준과 과정을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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