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산한 의료법인 8곳 가운데 5곳은 부산 2곳, 대전 2곳 등 지방에 집중됐다. 인구 감소 와중에 지방 환자들이 첨단 의료시설과 우수한 인력을 찾아 수도권 대형 병원을 찾는 탓에 지역 의료법인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환자들이 낸 요양급여비용 중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2022년 16.8%에서 작년 3분기 19.8%로 3%포인트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상급종합병원 45개 가운데 28개는 서울대·삼성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만큼 의료서비스 수요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법인 용호의료재단은 전남 해남군에서 28년간 운영해온 해남우석병원을 2022년 1월 폐업했다. 지역 인구 감소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환자 수가 반 토막 나면서 결국 폐업했다. 이후 부동산 경매 등 청산 절차를 거쳐 지난 4월 광주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방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시가 시내 의료법인 103곳의 작년 사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적자 운영 병원은 전년보다 13곳 증가한 66곳이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법인도 30곳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과잉 공급으로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의 경영 실적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생절차를 밟는 의료법인도 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김해중앙병원을 운영해온 의료법인 보원의료재단은 작년 2월 창원지법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3개월 만에 개시 결정을 받았다. 김해중앙병원은 450여 병상 규모, 17개 진료과를 갖춘 김해의 대표적 종합병원이었지만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작년 10월부터 문을 닫았다.
지난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의료법인은 14곳으로 전년보다 6곳 늘었다. 올해도 5월까지 의료법인 7곳이 개시 결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제약 때문에 의료법인은 한계 상황에 이를 때까지 병원을 억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업계가 줄기차게 “인수합병 등을 허용해 부실 의료법인의 퇴로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의료 영리화 우려에 막혀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은성 미래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구조적 위기 상황이어서 앞으로 지방 의료법인의 파산·회생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지역사회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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