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화장장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은 고령화에 따라 올해 5만9420명으로 예상되는 사망자가 4년 뒤 6만645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화장장은 단 두 곳(화장로 34기)에 불과하다. 혐오시설로 기피되는 화장장을 신설하기 위해 획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화장장은 모두 62곳이다. 이 중 수도권 내 화장장은 일곱 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등 두 곳, 경기 네 곳, 인천 한 곳이다.
수도권의 화장로는 102기로 전국 378기의 27% 수준에 그친다. 수도권 인구가 2600만 명, 작년 사망자가 15만3300명(하루평균 420명)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유족들은 화장장 부족으로 원정 화장에 나서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 북부 지역 주민은 인근에 화장장이 없어 열 배 이상 비싼 이용료를 내고 강원, 충청권 등 다른 지역을 찾고 있다.
3일장 대신 4, 5일 이상 장례를 치르는 사례도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약 절반(47%)은 화장장 예약 일정이 밀려 3일장을 넘겨 장례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약 9400명(18.4%)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시설에서 화장했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화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 화장로 운영 시간을 두 시간 연장하고 인력을 30명 충원했다. 화장 시간을 줄여주는 ‘스마트 화장로’도 도입했다. 내년께 서울추모공원에 화장로 네 기를 증설할 예정이다.
기존 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 화장시설을 지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후보 지역의 ‘님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화장장은 여전히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자체는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는다.
경기 양평군과 과천시는 지난 2월부터 종합장사시설 부지 선정을 위해 공모를 벌였지만 신청 마을이 한 곳도 나오지 않아 재공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천시도 100억원의 기금을 내걸고 화장장 유치 마을을 공모한 끝에 대월면 구시리를 후보로 정했지만, 주변 마을 반대에 결국 지정을 취소했다. 화장장이 가장 부족한 서울시는 신규 시설 후보지 물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시장이 형성된 일본 사례 등을 참고해 대안 화장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는 “사설 화장장을 육성한 일본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면 초고령화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화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구로공업단지가 상가형·아파트형 단지로 외부 변화를 꾀하듯 화장장도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라 외형적으로라도 쾌적한 첨단 시설로 계획하고 유치해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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