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꿀벌 지켜라"…지자체, 잇따라 양봉산업 지원

입력 2024-06-11 19:00   수정 2024-06-12 00:36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꿀벌과 양봉산업을 지키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와 농약 사용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는 꿀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지다.

정준호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4)은 ‘서울시 꿀벌 보호 및 양봉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로 발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식량 공급에 타격을 받는다. 소비하는 농산물의 70~80%가량이 꿀벌 수분으로 열매를 맺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실종되거나 폐사한 꿀벌은 약 78억~80억 마리에 달한다. 그해 초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통째로 벌통에서 사라지는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난 10년간 꿀벌 개체는 미국에서 40%, 유럽에서 2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012년 시청 옥상에 벌통 5개를 설치해 도시 양봉을 시작했다. 지금은 시가 관리하는 공원과 자치구 텃밭 등에서 총 324개 벌통을 관리하고 있다. 시가 도시 양봉 사업을 키우려 해도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꿀벌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가정 화훼농가 등에선 반드시 저독성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시는 과수원과 공원 주변 등 꿀벌 주요 서식처에 밀원식물의 종류를 다채롭게 구성해 벌이 꿀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관리할 의무를 진다.

정 의원은 “꿀벌은 농업과 환경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꿀벌을 보호하고 도시 양봉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산업을 넘어 서울의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봉, 꿀벌 조례는 여러 지자체에서 발의한 바 있다. 충남도의회는 2020년 관련 조례를 통과시켜 밀원식물 조성, 보급, 관리 방안을 갖췄다. 경기 구리시의회도 지난달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마련했다.

농가가 많은 지역에서는 수정용 벌(벌통)을 특정해 지원하는 조례를 내놨다. 충남도의회는 작년 9월, 경남도의회는 올해 4월 ‘화분 매개용 수정벌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꿀벌값이 급등해 벌통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원예농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기도는 이달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여왕벌 1만 마리 보급을 시작했다. 도는 시·군별 여왕벌 육성 농가 한 곳당 여왕벌 150마리를 사전에 육성하고 저렴한 가격에 보급해 꿀벌 개체 수 회복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도내 양봉농가는 2021~2022년 월동기부터 벌이 죽는 현상이 벌어져 여왕벌 구입 비용이 폭등하고 꿀 생산량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양봉농가의 피해를 복구하고, 자연 생태계도 살리려는 전반적인 지원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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