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민금융을 떠받쳐온 새마을금고가 벼랑 끝에 서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몸집 키우기에 급급하다가 건설 경기 악화 여파로 부실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개별 금고에 증자, 부실채권 매각 등 강도 높은 건전성 강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부 금고는 합병이나 영업정지에 내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에 이어 제2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최근 경영개선조치가 내려진 금고는 기업대출 비중이 큰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대출로 잡히는 관리형 토지신탁, 공동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건전성 4등급으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경기 A금고는 가계 및 정책성 자금 등으로 대출 자산 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금고는 지난해 1668억원 규모의 대출 가운데 1238억원(74%)을 기업에 내줬다. 가계대출 규모는 430억원에 그쳤다.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전년(6.05%) 대비 두 배 치솟은 12.3%를 기록했다.
자산건전성 4등급인 전북 B금고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조기 매각해야 한다. 이 금고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년(4.21%) 대비 세 배 이상 급등한 13.59%로 집계됐다. 대구 C금고, 부산 D금고 등은 조합원에게 이익 배당을 제한하라는 조치를 받았다.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는 금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년간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내려진 금고 가운데 43.5%(54곳)가 최근 한 달 새 ‘부실 딱지’를 받았다. 이달 들어서는 개별 금고의 관련 수시공시가 매일 5개 내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올 연말까지 200개 넘는 개별 금고가 경영개선조치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경영실태 평가를 하고 있어 추가 공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다른 업권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사업성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평가해 부실을 덮고 있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새마을금고가 금융당국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늘고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대폭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2분기에 최소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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