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에 꽂힌 IT거물들…빌 게이츠, 美 '1호 SMR' 첫삽

입력 2024-06-11 18:23   수정 2024-06-12 01:0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에너지기업이 미국 최초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들어갔다. 원전 오염수 발생을 최소화하는 4세대 SMR이다. 인공지능(AI)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SMR, 핵융합 등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오염수 최소화한 미니 원전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차세대 SMR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빌 게이츠,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게이츠는 2008년 테라파워를 공동 설립했으며,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게이츠는 이날 “이 차세대 발전소가 미국 에너지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경제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전하고 풍부한 청정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 바로 설치할 수 있는 SMR은 ‘미니 원전’으로 불린다.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면서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테라파워가 도입하는 SMR 브랜드 ‘나트륨’은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상태의 나트륨을 사용한다. 냉각재로 물을 사용할 때보다 오염수 같은 폐기물이 적고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액체 나트륨은 끓는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고온에서도 저압 상태로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 3월 미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건설 허가를 신청한 테라파워는 승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착공에 들어갔다. 이번 공사는 NRC 승인이 내려지면 빠르게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부지를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실증단지는 벅셔해서웨이 자회사 퍼시피코프의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 마련된다. 이 발전소는 2030년을 목표로 최대 약 4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500㎿를 생산할 전망이다.
올트먼 등도 앞다퉈 에너지에 투자
AI산업의 성장으로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에 미국 정보기술(IT) 거물들은 SMR을 비롯한 차세대 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세계전력발전보고서’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부문의 세계 전력 수요는 2022년 400TWh에서 2026년에는 800TWh로 두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화석발전 등 전통적인 전력 조달 방식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 핵융합 스타트업 오클로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힌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은 미국 CNBC에 “AI 사용은 앞으로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고 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투자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1년엔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에 약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도 헬리온에너지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온에너지는 지난해 5월 MS와 핵융합 에너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서 MS는 2028년까지 헬리온에너지가 생산한 핵융합 발전에너지 50㎿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캐나다 핵융합 스타트업 제너럴퓨전에 2011년부터 투자했다. 베이조스는 2021년 말 1억3000만달러(약 1791억원) 규모에 달하는 시리즈E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4억달러(약 5513억원)를 투자해 영국 옥스퍼드셔주에 핵융합 실증공장을 짓고,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는 추세다. 올트먼은 태양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최대 24시간까지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한 태양광 스타트업 엑소와트에 지난 4월 2000만달러(약 27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엑소와트는 ㎾h당 1센트 정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2016년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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