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못 잡았네요. 30분 더 걸리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타야 할 것 같아요.”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지인 씨(22)는 버스 예약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신촌동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앱에서 버스를 예약해야 하는데, 간발의 차로 실패한 것. 일주일 후 날짜의 버스 자리가 풀리는 매일 오전 10시에 김 씨는 수업 중에도 ‘버스 티켓팅’을 위해 스마트폰을 켜 티켓팅해야 한다.
12일 수도권 광역버스 예약 앱 ‘MiRi(미리)’의 예약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용률이 높은 주요 4개 노선(M7119·M2352·M4101·M5107)은 이날 출근 시간대(오전 6시 30분~7시 30분) 전석이 매진됐다. 매일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예약에 실패한 시민들은 수십 분을 더 들여 택시, 지하철 등 대체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버스가 부족한 지역에 버스를 늘리기보단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승차 대란에 ‘땜질식 처방’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MiRi 앱은 출퇴근시간대 광역버스 자리를 예약해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정류장에서 장시간 버스를 기다리거나 만차로 탑승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문제는 서울로 오가는 교통편이 부족한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줄 서기’가 ‘티켓팅 경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고양시 식사동과 서울 숭례문을 잇는 M7119 노선의 경우 예약할 수 있는 11개 시간대 중 6시 30분~7시 30분 사이 6개 시간대는 항상 1분 안에 매진된다. 매일 콘서트 티켓팅, 대학생 수강신청 수준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셈이다. 식사동에서 서울 북부로 이동할 수 있는 광역버스 노선은 M7119 단 한 개뿐이다.
대중교통을 유연하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거나, 아침에 갑자기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엔 탑승이 어렵기 때문이다. M5107번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수원 시민 강모 씨(44)는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기면 어떻게 버스를 타라는 거냐”며 “좌석의 절반 정도만 예약제로 해서 정류장에 줄 서서도 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MiRi 서비스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양 시민 김관수 씨(81)는 “무슨 앱인지도 모를뿐더러,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앱 같은 건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단계적으로 MiRi 서비스의 적용 노선을 46개에서 65개로 확대하고, 운행 횟수도 하루 107회에서 150회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버스 대란의 근본적인 해법은 예약 앱이 아닌 증차라고 입을 모은다. 파주 시민 이모 씨(38)는 “수요에 맞게 운행 대수를 늘려야 해결이 되는데 왜 시민들끼리 버스 이용에 경쟁을 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증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치현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모든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운행 대수를 늘리면 도로 혼잡, 통행시간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광역교통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증차, 광역버스 준공영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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