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인근에서 아이 셋을 키우는 미셸 사인씨는 최근 한인 식료품업체인 H마트를 부쩍 자주 찾고 있다. 둘째 딸이 조미김에 푹 빠져 있어서다. 아직 밥솥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햇반과 조미김을 함께 사서 아이가 원할 때 흰 쌀밥을 조미김에 싸서 주곤 한다. 샤임씨는 “조미김을 사러 H마트에 들렀다가 만두와 라면까지 사 오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인 마트인 H마트가 미국 식료품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 체인들이 H 마트의 상품 구성을 쫓아 오고 있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H마트 등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미국 전역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미국인의 입맛까지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존재감이 미미했던 소규모 사업체였던 H마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H 마트는 1982년 뉴욕시 퀸스 우드사이드의 작은 한인 슈퍼마켓으로 문을 열어 현재는 20억 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계 식료품 가운데 최대 규모로 미국 전역에 97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H마트 외에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99랜치 마켓은 62개 매장을, 인도인들을 타깃으로 한 파텔 브라더스는 5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H 마트의 인기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인이 구매한 신라면만 5억 개로 대부분 H마트를 포함한 한인 마트에서 팔려나갔다. 틱톡을 통해 김밥 열풍이 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불닭 볶음면도 미국인에게 인기 있는 품목이다. NYT는 H마트 고객 가운데 30%가 비아시아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H마트 외에 다른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K-푸드에 대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트레이더 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도 LA갈비다. 미국 코스트코에선 햇반과 신라면 뿐 아니라 조미김, 한국식 즉석 우동, 김치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지역 유통업체에서도 아시아 식료품점을 의식해 제품 확보에 나섰다. 뉴저지주와 뉴욕주, 코네티컷주 일대에서 지점을 보유한 킹스 푸드의 경우 최근 한국식 냉동 만두를 냉동고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NYT는 H마트 등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미국 전역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틈새시장 사업이 아닌 문화 현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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