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쏠림도 심각한데 은행까지…중소 알뜰폰 '비명'

입력 2024-06-12 21:00   수정 2024-06-12 21:34


알뜰폰(MVNO) 가입자 수가 9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통통신 3사의 자회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통사가 은행의 알뜰폰 진출 사업에도 협력하면서 중소 사업자 사이에서는 이통3사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의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8% 수준이다. 이통3사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통신망을 제공해 통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망 임대를 하면서 자체적으로도 알뜰폰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통3사가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는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유플러스모바일), LG헬로비전(헬로모바일) 등 5개다. 올해 3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가 900만명을 돌파한 만큼 최소 430만개 이상의 회선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경 정부는 이통3사의 과점시장인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알뜰폰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통3사의 자회사 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면서 사실상 알뜰폰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 가입자 점유율'에 따르면 2021년경 이통3사 자회사의 점유율은 휴대폰 회선 기준 50.8%를 기록하며 한차례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2014년 과기부가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3사 합산 점유율 50% 넘으면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달았지만 과기부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알뜰폰 사업자 1, 2위를 차지한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알뜰폰 사업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반면 3위였던 SK텔레콤은 규제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점유율 산정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선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이통3사의 자회사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다시 이통3사 쏠림현상이 발생해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통3사를 향한 규제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와 함께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정부의 통신비 정책에서도 알뜰폰이 소외되면서 알뜰폰 업계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그간 통신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 제도와 이통3사 5세대(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등의 정책을 내놨다. 올해 3월 기준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번호를 이동한 이용자 수는 전월 대비 17.7% 증가한 5만1400명이다.


은행권 알뜰폰 사업 진출에도 이통사가 협력하면서 알뜰폰 내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우리은행과 알뜰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알뜰폰 사업 개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원회 KB국민은행 알뜰폰인 '리브엠'을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한 이후 은행권의 첫 사업 진출이다.

LG유플러스는 우리은행과 신규가입자 확보를 위한 금융통신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하고 지속할 수 있는 협업 모델 창출해 우리은행의 성공적인 알뜰폰 시장 진입을 위해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과 이통사의 연합을 바라보는 중소 알뜰폰 사업사는 우려가 크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당시 정부 가이드 라인이 존재했는데도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이제는 이통사와 은행이 함께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요금제 할인, 사은품 지급 등을 공격적으로 하게 되면 자연히 중소 사업자들은 한층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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