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을 기다렸는데 대나무 먹으며 바로 눕방(누워서하는 방송) 해버리는 푸바오 보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요. 벅차고 감동적이라 눈물이 났습니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많은 우려 속에 12일 대중에게 공개됐다.
푸바오는 중국으로 돌아간 지 약 2개월만인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쓰촨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 야외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실내 생활 공간에 대기하던 푸바오는 원형 창살이 달린 철문을 통해 야외 방사장으로 나왔다. 야외 방사장이 아직은 낯선 듯 이곳저곳을 탐색하던 푸바오는 사육사들이 미리 준비해둔 당근 죽순 케이크를 먹고 마킹을 하는 등 변함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보던 팬들은 "나오는 순간부터 반가워서 눈물이 났다", "좀 야윈 거 같지만 여전히 귀여운 얼굴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여러 의혹이 제기돼서 푸바오 걱정에 한동안 우울했는데 근황을 보고 나니 잘 적응해준 게 장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열광했다.
하지만 중국 사육사가 '미인점'이라 지칭하는 이마 상처 자국이 여전해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은 모습이고 푸바오의 모습이 오늘 다소 불안정해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태규 수의사는 YTN 뉴스에 출연해 "우려가 많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상태인 것 같다"면서도 "움직임이 한국에서 보다는 불안정해 보였다. 새로운 장소로 옮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처음 공개된 장소가 푸바오에게 낯선지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앵커는 "푸바오가 먹는 모습만 봐서 잘 먹는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최 수의사는 "먹이를 먹다가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모습이 경계하는 것처럼 보여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푸바오는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 그곳 생활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경험도 제한적이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에 의해 옮겨진 것이다"라며 "아주 오랫동안 안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빨리 적응하면 한 두 달 내로 적응할 수 있을 수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최 수의사는 푸바오의 환경을 묻는 말에 "모든 동물원이 그렇듯 야생동물 생활 반경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절대적으로 좁고 자극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동물원치고 나쁘진 않은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목 부위 털 빠짐에 대해서는 "영상을 봐서는 털이 빠진 게 아니라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복되는 정형행동을 하면서 특정 부위에 마찰이 생기면 끊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로부터 그런 행동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서 중국 사육사는 탈모 의혹에 대해 "피부병 같은 이상 현상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판다기지 측은 푸바오 정수리 눌린 자국을 '미인점'이라고 표현하며 "앉은 자세로 케이지 손잡이에 머리를 대고 자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에 최 수의사는 "자다가 눌렸다고 보기엔 상처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앞구르기 비비든 반복된 정형행동 때문에 피부조직이 상한 걸로 보인다. 암컷이라고 '미인점'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수의사는 "강철원 사육사와 한국에 대한 기억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라는 앵커의 질문에 "동물의 의식 영역은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바가 없다"면서 "곰 정도 인지능력이면 평생 돌봐준 사람, 긍정적 자극 줘서 자신을 기분 좋게 해준 사람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다시 만난다거나 돌아온다면 좋은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에 태어났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생활하며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애칭으로 불렸다. 해외에서 태어난 자이언트판다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협약에 따라 태어난 지 1354일 만인 지난 4월 3일 중국에 반환됐다.
반환 이후 SNS를 통해 푸바오가 중국 현지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당국은 반박 입장 발표, 영상 공개 등으로 논란 진화에 나섰고 관람 일자도 서둘러 공개했다. 관람객에게 첫선을 보이는 현장을 라이브로 생중계한 것도 푸바오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