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보다 무서운 건 초국경 거래(해외직구)의 편리한 경험이 중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직구의 단점은 긴 배송 시간이다. 1년 전만 해도 알리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도착까지 길게는 한 달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짧게는 1주일이면 된다. 이 정도의 기다림은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알리 등이 물류 등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터라 한국향(向) 제품 배송 시간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저가에 더해 배송 시간까지 단축되자 미국과 유럽에서 직구하던 소비자들이 C커머스로 몰렸다. “이러다가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통 업체는 물론 중소 제조업체, 국내 셀러 등으로부터 국내 e커머스 생태계를 초토화할 수 있는 중국 플랫폼을 제재 또는 제한해야 한다는 격한 주장이 쏟아졌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일부 제품의 직구 금지를 추진했다가 체면만 구겼다. 소비자 반발이 비등하자 관련 대책을 즉각 철회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알리·테무는 초저가, 저품질 상품 판매에 머물 기업이 아니다. 중국엔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즐비하다. 이들의 상품을 본격적으로 플랫폼에 태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고가의 로보락은 이미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산 TV와 같은 대형 가전에도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C커머스의 대공습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C커머스를 차별해선 안 되겠지만, 방심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편익을 해치지 않을 대응책을 누군가는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소비 시장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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