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제이슨 소멘사토(Jason Somensatto) 북미 공공정책 총괄은 13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멘사토 총괄은 체이널리시스에 합류하기 전 제로엑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고, 이후에는 미국 내 주요 규제 기관 중 한 곳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가상자산 정책 및 기술 전문가로 역임한 정책 전문가다.
미국에서 오는 하반기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및 기술 혁신법(FIT21), 가상자산 수탁의무 회계 지침 법안(SAB 121)을 무효로 하는 초당적 결의안(HJ Res. 109)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멘사토 총괄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에서 어느 한 법안이 적용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책에 정통한 그가 어떤 근거로 이같은 분석을 내놓는지 들어봤다.
소멘사토 총괄은 최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FIT21 법안에 대해 "FIT21가 통과된 것은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자리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또 다른 규제기관인 CFTC는 현재 정립된 규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FIT21이 의회를 통과하고 양대 규제기관의 권한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은 가상자산 업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멘사토 총괄은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알다시피 미국은 현재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을 포함한 많은 법안에 대한 투표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원래부터 공화당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대선을 의식한 탓인지 민주당 측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표를 던지는 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이라는 촉매제를 타고 하원과 상원 등 의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소멘사토 총괄은 FIT21과 같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실제 업계에 적용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고, 각 주마다 주정부가 있다"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범국가적인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요소들은 주법에 의해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법안이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관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규제가 중요한 이유로는 업계의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꼽았다. 소멘사토 총괄은 "규제가 때로는 가상자산 업자들의 사업성을 억제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따를 수 있는 규제가 있다면 더 많은 참여자들을 모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라며 "불명확한 규제 때문에 진입을 망설이고 있는 사업자들을 유인하고 경쟁을 촉발시켜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규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안 프로토콜의 발전 등으로 인해 안전성이 대폭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해킹 문제 등에 대한 우려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체이널리시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의 가상자산 스캠 및 해킹의 총 불법 수익은 각각 전년 대비 29.2%, 54.3% 감소한 반면 해킹 건수 자체로 보면 오히려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멘사토 총괄은 "보안이 강화된 만큼 해킹범들의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며 "특히 랜섬웨어의 경우 지난 한 해 11억 달러의 피해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해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플랫폼들과 사법당국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가상자산을 위한 규제 체제를 만드는 것을 선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규제가 가장 시급한 가상자산 분야로는 스테이블 코인을 꼽았다. 소멘사토 총괄은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같은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이지만, 실제 가상자산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전체 거래량의 60%가 스테이블 코인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통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가지며 적합한 규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을 악용한 사례가 많아 개선점이 많다고도 진단했다. 소멘사토 총괄은 "체이널리시스의 조사 결과 스테이블 코인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범죄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이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가상자산인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이를 통한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 범죄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체이널리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스테이블 코인을 악용한 불법 거래는 전체 가상자산 불법 거래량의 6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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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wook9629@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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