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조한 48대의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스위스에서 1000만㎞(누적 기준)를 달렸다. 현대차는 이렇게 확보한 운행 데이터를 토대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고도화해 다른 차량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수소로 달리는 냉동탑차를 추가로 내놓는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소나무 70만 그루 조성 효과
현대차는 스위스에 판매한 48대의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가 스위스에서 누적 주행거리 1000만㎞를 돌파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구(4만2000㎞)를 240바퀴 돈 셈이다.엑시언트는 세계 첫 양산형 대형 수소전기트럭이다. 스위스 유통회사들이 2020년부터 실제 운송을 목적으로 현대차로부터 구입했다. 2개 수소연료전지로 구성된 180㎾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대출력 350㎾급 구동모터가 장착됐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00㎞를 달릴 수 있다. 한 대 가격이 6억~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 엔진 트럭이 1000만㎞ 운행하면 약 6300t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며 “30년 나이의 소나무 70만 그루가 꼬박 1년 동안 흡수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CO2로 따지면 엑시언트 48대로 지난 3년8개월 동안 큼지막한 소나무 숲을 조성한 셈이다. 수소전기차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주행 중 순수하게 물만 나온다.
○현대차 “수소상용차 시장 선도”
현대차는 엑시언트로 확보한 데이터를 현재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수요가 많은 수소 트럭과 버스 시장을 적극 선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현대차는 올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였던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는 등 수소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뒤이어 현대모비스가 별도로 진행하던 수소 관련 사업을 넘겨받는 등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했다.
현대차가 가장 염두에 둔 수소상용차 무대는 미국이다. 땅덩이가 넓은 미국에선 트럭이 물류 운송의 중심축이어서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에서 수소 상용 밸류체인 솔루션을 적용한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를 소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엑시언트 30대를 캘리포니아주가 주관하는 항만 탈탄소화 프로젝트에 공급하기도 했다. 이 트럭은 북미 특성에 맞게 최대 적재 상태에서 한 번 충전으로 720㎞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제조했다. 현대차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10개국에서도 수소차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수소트럭 엑시언트에 기반한 자동차 운반트럭과 냉동탑차 등을 국내외에 출시할 계획이다. 수소 고속버스와 수소 저상광역버스도 2027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수소트럭과 수소버스의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부품인 ‘스택’의 출력을 180㎾에서 200㎾로 높이는 연구도 하고 있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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