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예술"…160억 강남 오피스텔, 미술품 경매에 나온다

입력 2024-06-13 10:27   수정 2024-06-13 10:38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160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경매로 판다. 하지만 단순한 집이 아니다. 건축 거장의 미학이 담긴 주거공간 분양권이다. 집을 사면 '백색의 건축가'로 불리는 건축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회사(마이어 파트너스)가 인테리어를 맡아주고 서울옥션으로부터 아트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13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은 오는 25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진행하는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서 미국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한 주거 시설인 ‘더 팰리스 73’ 내 오피스텔 1개 호실의 분양권을 출품한다. 다른 미술품과 성격이 다르고 가격도 워낙 비싸 전체 경매 규모가 왜곡될 수 있어 추정가를 ‘별도 문의’로 설정했지만, 160억원부터 시작한다. 실제 추정 가치는 160억~250억 원이라는 게 서울옥션의 설명이다.

출품되는 분양 물건인 더 팰리스 73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건축될 하이엔드 주거 시설이다. 1982년 강남 첫 5성급 특급호텔로 출발해 글로벌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계열의 간판을 달고 2021년까지 운영했던 ‘쉐라톤 팔래스 강남’ 부지에 지어지는 시설이다. 아파트 58가구, 오피스텔 15가구로 구성되는데 최대 분양가가 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팰리스 73은 리처드 마이어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국내 첫 주거용 시설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눈부실 정도로 빛과 흰색을 선호해 ‘백색의 건축가’로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거장이다. 미국 LA 게티 센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올해 초 강릉에 개관한 솔올미술관의 설계를 그가 설립한 마이어 파트너스가 맡아 국내 미술 애호가 사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서울옥션은 이 분양권이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출품키로 결정했다. 리처드 마이어의 철학이 구현된 건축물일 뿐 아니라, 해당 호실의 경우 층고가 3.5m로 다른 호실보다 더 높고 넓은 오픈 테라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출품 분양권을 낙찰받을 경우 마이어 파트너스가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하고 서울옥션이 아트컨설팅까지 별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옥션은 이전에도 이따금 건축물을 경매에 출품해 왔다. 2019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딸기테마파크를 40억 원에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민석 건축가 등이 설계를 맡아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유찰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분양권 출품은 처음이지만 건축물도 예술의 한 축이란 점에서 관련 작품을 경매에 선보여 왔다”면서 “이번 출품 물건은 리처드 마이어의 예술 세계가 집약된 공간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옥션은 근현대미술 섹션에서 국내외 주요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창열이 1973년 제작한 ‘물방울 ABS Nº 2’과 구사마 야요이의 ‘Hat’이 대표작이다. 이건용의 ‘Bodyscape 76-2-2021’과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도 각각 추정가 2억~3억원, 2억5000만~4억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 프리뷰 전시는 오는 14일부터 경매 당일인 2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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