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협 감독의 데뷔작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오컬트, 슬랩스틱 코미디 등 다양한 오락적 요소가 가미돼 언론시사회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 그간 이성민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을 비롯,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공작',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미생' 등을 통해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핸섬가이즈'에서는 거친 외모와 달리 속내는 순수한 '터프가이' 재필 역을 연기했다. 그는 '섹시가이' 상구 역의 이희준과 함께 코미디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한다.
"저도 재밌게 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져서 시사회 끝나고 남동협 감독과 진한 악수를 했습니다. 고맙다고. 현장에선 CG가 없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잘했네' 싶었어요. 선을 팍팍 넘어가는 과감한 선택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잘 끌어내서 좋았고, '오 대단한데' 했습니다. 다 계산이 있었구나 섶었습니다."
남동협 감독은 이성민의 비주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못나게 보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민은 꽁지머리 헤어스타일에 구릿빛 피부, 반전되는 뽀얀 속살을 스크린 위에 거침없이 드러냈다. 특히 '아기 배'를 연상시키는 뱃살 노출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그거 분장 아닙니다. 제 속살입니다. 원래 저 속살은 하얘요. 외모가 워낙 거칠게 표현되다 보니 속이 하야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거기다 재필, 상구는 외모와 달리 속마음이 하얀 사람들이니까 거기서 제 배를 보여주자,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 재필과 상구는 외모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인물입니다. 세련되지 못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지 못할 뿐 속마음은 하얀 사람들이죠."
몰입하는 데 그리 어렵진 않았다. 역대 영화 캐릭터 중 촌스럽기 대회를 하면 1등을 거머쥘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분장 하고 의상을 입고 이희준과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데, 아, 그냥 되는구나 싶었다"며 "의상팀에서 외모를 잘 만들어 주셔서 연기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핸섬가이즈' 예고편 공개 후 이성민은 동료들로부터 '이런 연기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외줄 타기 하는 연기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게 배우들의 감춰진 호기심인 것 같다"며 "그런 지점이 제게도 발동했던 것 같고 그동안 해왔던 것 외 다른 결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장에선 '현타'(현실자각타임)이 오는 순간이 많았다. 이성민은 홀로 전기톱을 들고 말벌에 쫓기며 숲속을 뛰어다녀야 했다. 그는 "정말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이 많았고, 그래서 여러 버전을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우리가 즐겁다고 관객이 즐거운 건 아닙니다. 여러 가지 버전의 연기를 해야 했고, 감독이 최종 결정을 했죠. 늘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현장에선 즐거웠는데 관객은 냉소를 보낼 때가 많으니까. 코미디 연기할 때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즉흥적인 연기를 할 수 있었기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희준과는 연극 무대부터 '남산의 부장들'까지 연이 깊다. 그는 "이 친구가 어떻게 인물을 만들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잘 안다"며 "우리는 선을 넘지 않고 포지션을 지키는 것에 대한 훈련이 잘되어 있다. 그런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앙상블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상구와 재필 중심에 있는 대학생 미나 역을 연기한 공승연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두 캐릭터가 세고 거칠고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다 받아줘야 해요. 촬영 초반, 중간쯤 다르게 캐릭터를 꺾어 가는 지점이 있는데 다 함께 이야기를 많이 했죠. 공승연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건강하고 발전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흡수력이 굉장히 좋은 배우였습니다. 앞서 작품에서 상도 받고 좋은 연기를 했던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또 좋은 작품 많이 했으면 합니다."
이성민은 이 영화를 통해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코미디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졌다. 그는 "이 정도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없었죠. 이번에 잘 된다면 '핸섬가이즈2'를 하고 싶어요"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시사회 평이 좋다고 해요. 저는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관객 만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더라고요. 참여한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영화가 마음에 들면 한결 마음이 편해요. 최악은 영화가 마음에 안 들 때, 관객을 만나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죠. 영화가 좋고 관객이 많이 사랑해주면 최고지만, 배우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영화라도 흥행이 되는 게 좋다고 해요. 개봉까지 열흘 남았는데 할 수 있는 한 홍보를 최대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한 번 맛을 보면 중독성이 있으니까 일단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가 잘 되는 건 늘 꿈꾸는 것"이라며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 넘기가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항상 예상과 일치 하지 않아 불안하지만, '핸섬가이즈'는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다"며 "예상 할 수 없는 전개는 우리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가 끝나도 절대 짜증 안 내면서 나가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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