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뻐요.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덤명)분들이 다들 사이좋게,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보랏빛 물결로 일렁였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자 티, 가방, 머리띠, 모자, 수건, 양산까지 방탄소년단(BTS) 팬임을 알 수 있는 보라색 아이템을 장착한 인파들로 북적였다.
BTS의 데뷔 11주년인 이날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오프라인 행사 '2024 FESTA'를 열었다. 전날 군 복무를 마치고 육군 만기 전역한 팀의 맏형 진도 곧바로 해당 행사에 참여해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 BTS 복귀의 포문을 여는 만남의 자리이기에 팬들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진은 이날 저녁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 2부로 나눠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한다. 1부에서는 1000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허그회를 진행하며, 2부에서는 팬미팅 형식으로 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본 도쿄에서 왔다는 30대 A씨는 "BTS 행사가 있다고 해서 어제 한국으로 왔다. 진 허그회는 못 가서 아쉽지만, 제대를 직접 축하하고, 아미들과 재회할 수 있어서 좋다. 보라색으로 갖춰 입은 팬들이 너무 귀엽다"며 웃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팬들이 즐기며 놀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었다. 캡슐 뽑기 기계를 통해 BTS의 곡 가사 일부를 뽑고 당첨자를 상대로 선물도 증정하는 '뽑아라 방탄', 플라스틱 음료 뚜껑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파츠를 제작하는 부스, 그림일기를 그리고 벽면에 부착해 전시하는 공간, 포토이즘 체험 등이 마련됐다.
행사 참석을 위해 친구와 함께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20대 B씨는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당황했지만 행복한 마음"이라면서 "멤버들이 복무 중에도 생각보다 많은 작업물을 공개해 줘서 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B씨와 그의 친구 C씨는 각각 허그회와 2부 토크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 행사가 끝나면 바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면서도 "이렇게 팬들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입구부터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는 BTS의 변함없는 인기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현장에서는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다만 포토카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면서 입구 쪽이 심하게 혼잡해 지기도 했다. 안내 인력이 팬들을 모두 응대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그 결과 운영 미숙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여의도에서 진행했던 '2023 FESTA'에도 참석했었다는 팬 D씨는 "그때와 비교해 훨씬 혼잡한 느낌이다. 행사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로 안내하는 스태프들도 있었다"면서 "땡볕에 오래 서 있어서 다들 힘들어하는데 휴식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BTS의 복귀 신호탄이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와의 갈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하이브에 새 희망이 될 수 있을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향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약 두달간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민 대표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하이브 주가는 7.81%나 하락했고, 지금은 20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진이 전역한 지난 12일 하이브 주가는 전날 대비 0.56% 오른 19만9100원에 마감해 반등 조짐을 보였다. 당일 현장에는 슈가를 제외한 멤버 전원이 참석해 진에게 꽃다발을 전해줬다. 멤버 중 RM은 색소폰을 연주하며 직접 축하하기도 했다.
'BTS의 아버지'라 불리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어도어 사태 속에서도 입장 표명을 최소화해왔다. 진의 전역과 함께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멤버 전원이 전역하는 내년까지 BTS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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