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1년…국회 문턱서 폐기된 '새마을금고 개혁'

입력 2024-06-13 17:48   수정 2024-06-21 19:41


새마을금고 부실 논란이 커지면서 국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상 초유의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지 약 1년이 흘렀지만 관련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무더기로 폐기되며 새마을금고 혁신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행정안전부가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연내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개혁안 무더기 폐기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이후 발의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5건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라 폐기됐다.

새마을금고는 뱅크런 사태를 겪은 뒤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11월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경영혁신안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임기를 연임제에서 4년 단임제로 전환 △중앙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역 이사 13명에서 8명으로 축소 △감사위원회 견제 기능 강화 등이 담겼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과 단위 금고 이사장의 권한을 줄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마을금고 감독 기준에 규정된 경영 개선 조치를 다른 상호금융권과 동일하게 적기시정조치로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실 금고가 경영 개선 작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감독을 강화한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사장 눈치 보는 의원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 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충분한 논의 없이 폐기됐다. 뱅크런 사태 이후 여야가 반짝 관심을 보였지만 새마을금고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아 법안 재발의 및 논의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역구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가 법안 처리를 지지부진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금고 이사장은 대부분 지역 유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아서다. 지난 2월에는 서울의 한 금고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에 적용되는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이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정부가 상호금융 준조합원의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눈치만 보는 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개별 금고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국 1284개 단위 새마을금고를 감독·검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회에는 단위 금고 이사장 13명이 지역 이사로 참여한다. 태생적으로 단위 금고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회장은 단위 금고 이사장의 투표로 선출된다. 중앙회 한 관계자는 “시어머니가 1300여 명인 셈”이라고 자조했다.

행안부는 이달 말께 지난해 공개한 새마을금고 혁신안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개정 사항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가능한 방안의 추진 사항을 설명할 것”이라며 “새마을금고법 개정도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미현/서형교/오유림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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