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땅'에서 2언더파로 우뚝 선 윤이나

입력 2024-06-13 18:12   수정 2024-06-14 00:34


윤이나(21)가 2년 만에 돌아온 한국여자오픈에서 2언더파 70타를 치며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골프 선수로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곳에서 악몽을 극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이나는 13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파72)에서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를 쳤다. 공동선두 노승희·배소현(4언더파 68타)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2022년 한국여자오픈은 윤이나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바꾼 대회다. 당시 장타와 화려한 미모를 겸비한 루키로 주목받던 윤이나는 이 대회 1라운드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빠졌다. 그는 러프에서 공을 찾아 경기를 이어갔지만 그린에서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1라운드를 완주했고, 오구플레이 사실을 한 달 뒤에야 자진 신고했다.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윤이나에게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KGA가 지난해, KLPGA가 올해 초 징계를 1년6개월로 감경하며 윤이나는 지난 4월 투어에 복귀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대회, 공교롭게 대회장은 그대로 레인보우힐스다. 윤이나는 “사실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골프장에 오지는 못했다”며 “라운드를 하면서도 (당시 기억이) 간간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경기력은 탄탄했다.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첫 홀에서 8.4m 퍼트를 성공시키며 버디를 잡아냈고 13번홀(파4)에서 또다시 1타를 줄였다.

문제의 15번홀에서는 파를 기록하며 악몽을 극복해냈다. 윤이나는 “이 홀은 티샷 랜딩존이 좁은데 2년 전에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며 “올해는 우드로 공략했다”고 말했다. 오르막이 심하고 세컨드샷 부담이 크지만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티샷 후 ‘하나 넘겼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윤이나는 “욕심내지 않고 매 샷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며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샷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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