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나누다 홀린 듯 구매…'판매왕' 된 AI 점원

입력 2024-06-13 18:02   수정 2024-06-21 19:38


e커머스 시장에 ‘인공지능(AI) 점원’이 도입되고 있다. 판매 전문 AI가 소비자와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13일 대화형 AI 에이전트 개발사 와들은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와들이 개발한 ‘젠투’는 상품 정보와 리뷰를 학습한 AI가 점원처럼 상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쇼핑몰들이 쓰던 범용 챗봇이 단순한 응답을 하는 데 그쳤다면, 젠투는 구매 특화 언어모델을 바탕으로 베테랑 점원과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자취하는 친구에게 선물할 아늑한 분위기의 조명을 추천해줘”라고 하면, AI는 ‘자취’ ‘선물’ ‘친구’ ‘아늑’ ‘조명’ 등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 “자취생에겐 장스탠드가 인기죠. 찾는 가격대나 디자인은요?” 등으로 질문을 이어간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내 알려준다. 대화 데이터가 쌓이면서 AI가 해당 소비자에 대한 판매 전략도 스스로 구축한다.

마인드로직은 여행 상품 상담과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가 소비자를 기억하고 기분, 행동을 유추해 대화를 끌어낸다. 김진욱 마인드로직 대표는 “AI 챗봇이 베테랑 점원보다 제품을 더 잘 판다”며 “소비자 행동 패턴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데이터 활용이 쉬워지면서 ‘고관여 커머스’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모습이다. 고관여 커머스는 소비자가 리뷰 등 다양한 외부 정보를 습득한 뒤 구매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블로그 등에서 리뷰를 일일이 찾아야 했지만, AI 기술 발달로 리뷰 작성과 탐색 과정이 모두 간소화됐다. AI 커머스 기업인 인덴트코퍼레이션의 ‘브이리뷰’는 소비자가 AI 챗봇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 후기를 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1세대 e커머스가 오프라인 제품을 온라인으로 옮긴 인터넷 쇼핑몰, 2세대가 최저가 경쟁에 나선 오픈마켓, 3세대가 추천 알고리즘이 적용된 앱 기반 플랫폼이었다면 새로 열리는 4세대는 소비자 데이터를 무기로 삼은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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