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몇십만원 나눠주는 식의 저질 정책은 나라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길 뿐입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13일 경제·외교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더플랫폼이 개최한 특별 세미나에서 “규제 혁파, 노동과 교육의 개혁 없이 소득재분배를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것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를 볼 때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 정책이 효과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포퓰리즘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문제를 우려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구매력 평가로 아직 미국의 50% 정도인데 증가율이 현재 거의 1%에 근접하고 있다”며 “생산성 침체는 일본의 장기 불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풀만호텔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엔 국내 경제학 석학 15명이 ‘자유시장경제’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기조 강연에서 “‘경제 정책은 경제 논리로’라는 슬로건이 권위주의를 벗어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짚었다. 비판의 대상이 권위주의에서 포퓰리즘으로 바뀌었다는 게 조 원장의 판단이다. 조 원장은 재정 파탄이 결국 연금 인상을 초래한 아르헨티나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시장경제를 포퓰리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지식인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경쟁의 결과인 가격을 규제하는 정책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친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인간 본성을 전제로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처럼 인간 본성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정책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상임고문은 “자유시장경제 창달을 위해서는 노동 개혁과 교육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일반 시민, 학생들이 자유시장경제 교육과 준법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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