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최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미쓰비시중공업,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 스페인 나반티아 등 5개 업체에 건조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호주 해군은 이를 기반으로 평가를 거쳐 내년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자는 총 11척 가운데 3척을 자국에서 건조해 2030년까지 호주로 인도해야 한다. 나머지 8척은 호주에서 현지 조선사와 협력해 생산하는 조건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중요한 건 규모뿐 아니라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나올 다른 군함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재 스코어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우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가 미국 무기를 주로 탑재한 군함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호주 해군이 보유한 미국산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 회사의 모가미급(5500t) 호위함은 덩치가 크고 탐색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정부도 미쓰비시가 수주를 따낼 수 있도록 호주 정부를 상대로 치열하게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호주, 영국, 미국이 참여하는 국방 및 안보협의체인 ‘AUKUS’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수상함으로 어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충남급 호위함(3600t·사진 위), 한화오션은 대구급 호위함(3100t·아래)이 주력 함정이다. 한국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HD현대중공업은 호위함을 필리핀에 수출했다는 이력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 조선사가 대규모로 특수선을 수출한 이력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한화오션은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현지 건조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국내에서 ‘기밀 유출 재판’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은 ‘K방산 원팀’으로 수주전에 참여하길 원하지만, 두 기업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호주 정부가 한국의 대표 기업이 도대체 어디냐고 물을 정도”라며 “두 기업이 과도한 경쟁으로 해외 시장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8척을 호주에서 건조한다고 하더라도 11척을 한 기업이 전부 책임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며 “국내 함정 물량까지 고려하면 두 기업이 나눠서 건조해야 납기를 맞출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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