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흑백 TV로 보던 게 지금은 고화질 컬러 TV로 보면서 모공까지 다 보이듯 자원탐사도 이미징 기술이 좋아져서 불확실한 구조들이 지금은 아주 확실하게 보입니다. 시도 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사진)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기술적 근거를 보고 경영적인 판단을 하건대 지금 상황에선 시추를 해볼 만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기업인 셸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다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원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보 바이오 융합 학장을 거쳐 2021년 석유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3년 간의 임기는 지난 7일로 만료된 상태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동해 심해 가스전을 탐사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원안보가 중요해지던 시기에 중국과 일본이 우리 영해 인근을 탐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은 인펙스(INPEX)가 동해를, 중국은 서해에서 탐사용 플랫폼을 설치한 것이다. 우리도 자원확보 뿐 아니라 영토를 지키려면 적극적인 탐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동해 심해 자원개발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그런 곳에서 다시 시도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모두 실패했다는 덴 동의할 수 없다. 동해 가스전을 예를 들면 탐사에서 상업 생산까지 6년 동안 1조원을 들였는데, 17년 동안 순수익만 1조4000억원이 났다. 그 작은 거 하나 발견했는데도 수익이 그만큼 큰 것이다. 동해 가스전조차 열 번 뚫어서 열한 번째 성공했는데 이번엔 훨씬 큰 잠재력이 있는 광구를 발견했다. 그때보다 AI도 발전해 탐사 데이터도 훨씬 질이 좋다."
▷과거와 달리 지금 데이터가 훨씬 더 신뢰도가 높은가.
"과거엔 TV가 흑백이었는데 지금은 고화질 컬러라서 아주 선명하게 보이지 않나. 자원탐사도 이미징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과거엔 불확실했던 구조들이 지금은 아주 확실하게 보인다. 그런 데다 과거 방어구조(울릉분지 6-1광구) 실패 등으로 쌓은 데이터도 많다."
▷그렇다면 굳이 액트지오와 같은 외부에 컨설팅을 맡길 필요가 있었을까.
"과거엔 외부에 맡기지 않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내가 셸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한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해야 한다고 봤다. 업계에서 인정하는 글로벌 전문가와 함께하면서 배우고 높은 수준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의 의견을 존중하나 결정은 공사가 한다."
▷동해 심해 자원개발 발표 이후 국민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었나.
"이게 왜 이렇게 문제가 될까 싶어서 깜짝 놀랐다. 돈이 더 든다 뿐이지 이전에 해왔던 일과 똑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탐사 자원량이 너무 커서 와닿지 않겠다고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래도 사안이 너무 커지니까 당황은 했다. 하지만 큰돈이 들어가는 것이니만큼 알릴 필요도 있고, 자원개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런티어 영역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받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관심을 일으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나
"유력 메이저 개발사들의 접촉이 실제로 있다. 한·중·일이 세계에서 가스 소비 1~3위다. 동해에서 가스가 나면 바로 소비할 수 있는 나라가 세 곳이나 있는 것. 가이아나와 달리 LNG 플랜트를 만들어서 운송할 필요도 없어서 경제성이 높다. 그만큼 투자처로 매력적이다."
▷한국처럼 자원 개발의 성공률이 낮은 나라도 적극적으로 시추하는 경우가 많은가.
"이스라엘 사례를 보면 우리와 시기나 상황이 비슷한 점이 많다. 이스라엘도 중동인데 아무리 땅을 뚫어봐도 가름이 안 나니까 바다로 나갔다. 이스라엘은 1997년, 우리는 1998년 각각 바다 시추로 가스전을 발굴했다. 상업 생산은 우리가 6년 더 오래 했을 정도로 이스라엘보다 성과가 좋았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포기하지 않고 심해 1000m 이상 공을 21개나 뚫었다. 그동안 우리는 심해 시추 3공 중 1000m 이상은 단 2공 뚫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2009년 심해 대형 가스전을 발견했고 지금은 수출국이 됐다. 차분히 꾸준히 시도하는 게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주변 국가들도 자원개발에 적극적인가.
"맞다. 일본은 자원 자주개발율(국내로 수입되는 전체 자원량 대비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광물자원의 양)이 40%를 돌파해 2040년 60%까지 높이기로 했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제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할린 프로젝트를 살려놨을 정도다. 반면 우리는 자주개발율이 11%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7광구 탐사를 왜 안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7광구는 탐사를 위해 일본과 협의해야 하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3D 탐사자료는 전체의 0.8%만 돼 있을 뿐이고 유망구조도 도출돼 있지 않다. 동해보다 훨씬 진척이 안 된 곳이다."
▷연말에 시추를 한 번 했는데 좋은 결과가 안 나왔을 경우 반발에 부딪혀 추가 시추를 못 할 수도 있는데.
"그게 가장 걱정이다. 북해 유전 개발했던 노르웨이도 처음 시추했을 땐 건공으로 밝혀지는 등 성공할 때까지 4년을 내리 팠고 결국 성공했다. 물론 당장 좋은 결과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시추를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데이터 축적이 늘어날 수록 시추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사이 관심 있는 해외투자자를 끌어들여서 꾸준히 시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개됐던 탐사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돌리면서 의심스럽다는 논란도 있었다.
"깊이 사과드린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등 정보공개 취지에 부합하게 보완 조치가 불가피해서 일단 비공개로 전환한 후 정밀 검토를 통해 바로 재분류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도 법령의 범위내에서 최대한의 정보공개 원칙을 견지했다. 앞으로도 국민들께서 조금의 의구심이 없도록 정보공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국회에도 최대한 설명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7일로 임기가 만료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아쉬울 게 없다. 과학 기술적 근거를 토대로 경영자적인 판단을 해 볼 때, 지금 상황에선 충분히 시추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당장 첫 시추 위치를 선정하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걱정이 많다. 몇조 원의 미래 가치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자료 제출 요구 등이 너무 많아 중요한 일은 하지도 못하고 직원들이 쓰러질 지경이다. 국민들이 궁금한 점은 책임지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테니 여유를 갖고 공사가 할 일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슬기/황정환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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