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지급하는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 제한을 폐지하는 법안을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했다. 총선 전 정부와 여당이 결정한 방침의 연장선이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처리될 경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져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련 현안에 미온적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법안 폐지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사 및 매장별로 수십만원씩 차이가 나는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 등을 매입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전후를 비교해보면 소비자들의 휴대폰 매입 부담이 늘었다. 2014년 당시 최신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66만원선이던 매입 가격은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에 따라 86만~88만원까지 올랐다.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입 부담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줄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지급하던 보조금 절대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2014년 8조8220억원에서 2016년 7조7180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했다. 그만큼 각 회사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관건은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사들이 서로 마케팅 경쟁에 나설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신사들이 마케팅 확대에 나설 이유가 없다.
통신 3사 모두 업황 둔화에 따른 이익 성장 및 수익성 감소로 추가 마케팅에 나설 여력이 제한적이다. 5G 스마트폰 가입자 비율도 70%에 육박해 추가 마케팅에 나설 이유도 없다."
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반대의 전망을 한다.
"통신업 자체가 한정된 시장을 놓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다. 상대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실적으로 연결되는만큼 단통법이 폐지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5G 가입자가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2G폰 가입자가 역시 포화상태였던 2000년대 중후반에도 보조금 경쟁은 치열했다.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원내 1당으로서 단통법 폐지 여부를 좌우할 민주당도 최근 폐지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가 "가계통신비가 월평균 13만원에 육박해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권이 사실상 침해되는 상황"이라며 “논란이 많은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과기부 담당자도 "정부는 1월 민생토론회 이후 단통법을 폐지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며 "국회가 열리는데로 관련 상임위에서도 법안 폐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단통법 폐지안이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 제한이 풀리며 통신사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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