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G7 국가 중 미국 일본 프랑스는 포이즌필·차등의결권·황금주 등 ‘3종 세트’를 모두 시행한다. 영국 독일은 세 개 중 두 개, 이탈리아 캐나다도 하나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경영권 위협 장치만 널려 있다. 2020년 상법 개정 때도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3% 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이 신설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경영권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이 57% 급증했다. 북미의 9.6% 증가, 유럽의 7.4% 감소와 대비된다. 늑대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듯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세를 규합해 공격하는 이른바 ‘울프팩 전략’에 골머리를 앓는 한국 대표 기업이 적잖다.
‘경영권 방패’ 도입을 환영하지만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한 반발 무마용으로 활용되는 점은 경계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차등의결권 도입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 차원에서 접근할 일로, 이사 의무 확대와의 연계는 부적절하다. 며칠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 의무 확대에 따른 남소 예방 장치로 ‘경영진 면책 조항’ 제도화를 시사했지만 이 역시 병 주고 약 주겠다는 격이다.
우리 사법부는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상 배임죄 판단 시 이미 ‘경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사가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렸을 땐 손실이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경영 판단 원칙 제도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사 의무 무한확장이 불러올 쓰나미 예방에는 역부족이다. 온갖 당근책으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모호한 조항의 명문화를 정당화하려는 불순한 시도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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