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로 인해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공포에 청년들은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를 외면하는 상황입니다. 월세가 올라 힘든 것보다 전세 보증금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커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라고 불리던 전세 제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현직 국토교통부 장관들이 대책을 검토한 끝에 내놓은 결론은 '전세 제도 폐지'였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00년 이상 이어진 전세 제도를 한 번에 폐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순차적으로 정책을 마련해 대비해야 하는 일입니다.
전세제도 폐지를 위해서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주택을 공급할 때 선진국처럼 40년 모기지를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초기 비용이나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집니다.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들이 임대보다는 내 집 마련을 원하고 있어 공공분양 50만호 정책을 세운 만큼, 40년 모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에서도 이런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택지를 민간 건설사업자에게 매각할 때 공공분양, 즉 뉴:홈과 같이 장기 모기지로 주택을 공급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우선 매입권을 준다고 하면 대부분의 공공택지는 선진형 주택방식으로 공급될 겁니다.
그리고 복합개발은 리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아예 처음부터 공모하고, 여기에 포함된 주택을 장기 모기지로 공급할 SPC에 가점을 준다면 대규모 개발을 모두 뉴:홈처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사업성이 부족한 부분은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어 해결하면 됩니다. 민간주택 공급에서도 청약제도나 사업시행 인가에 장기 모기지를 채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세 거주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전세 수요자 대부분은 자금을 모아 나중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전세대출 이자를 내는 사이에 집값이 빠르게 상승해 정작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 해도 주변 시세보다 비싼 돈을 줘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현재 사는 전셋집을 본인이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100% 면제하고 매매가와 전셋값 차액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를 시행하면 됩니다. 세입자에게 매도한 집주인에게도 양도세를 50% 이상 감면해주면 큰 문제 없이 기존 전세 가구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도심 재생이나 재개발 사례를 꼽을 때 항상 뉴욕 허드슨 야드, 도쿄 롯폰기힐스, 런던 등 선진국 사례들을 모범 사례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주택정책을 세울 때는 선진국이 어떻게 전세 제도 없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켰는지에 대해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선진국의 주택 제도와 비교해 전세 제도 폐지 연착륙 방안을 만들고 현실화 시켜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