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치킨 20인분' 배달 갔더니…"업무 마비" 뒤집어진 회사

입력 2024-06-15 18:03   수정 2024-06-15 18:26


대부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채무자의 회사에 수십만원 상당의 배달 음식을 보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배달 주문을 받았던 음식점 사장들은 음식값을 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며 호소하고 있다.

15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안산시의 한 피자 가게에 주문이 접수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안씨 가게에 전화를 건 A씨는 자신을 안산시 단원구 한 회사 직원으로 소개했다. 그는 "직원 20명이 식사할 것이니 라지 사이즈 피자 5판과 치킨 3마리를 가져다 달라"며 회사 사무실로 배달을 요청했다. A씨가 이렇게 주문한 음식값은 모두 합쳐 17만원에 달했다..

이후 A씨가 언급한 회사에 도착한 배달 기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회사 직원 중 음식 배달을 시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무실에는 A씨가 음식을 주문할 때 언급한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직원도 있었지만, 그 또한 음식 주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었다. 전날 A씨의 주문으로 피해를 본 음식점은 두 곳이었다. 받지 못한 음식값은 36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A씨가 해당 회사 직원 B씨에게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의 관계자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가 속한 대부업체에서는 최근 이 회사에 약 50차례 전화해 "B씨가 14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다"며 "B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으니 회사에서라도 대신 갚아라"라며 독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B씨 직장에 배달 음식을 주문한 뒤 직장 관계자와 통화하며 "배고플까 봐 음식을 보냈는데 잘 받았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선 "대부업체의 독촉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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