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한 인식과 눈높이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공인노무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도대체 주휴수당을 왜 줘야 하느냐"는 음식점 사장님의 격앙된 목소리도 이제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수당 계산이 정확히 된 것인지를 묻는 걸 보면 고등학교에서부터 진행된 청소년 노동법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업주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근로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당당하고 해맑은 MZ 알바들이 우리 일자리의 중심에 들어온 현재, ‘노동은 근로계약부터’라는 말은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사실 근로계약을 얘기하는 것은 매우 흔한 주제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중요한 인사관리의 출발이다. 근로기준법 역시 근로계약(조건)의 명시 사항에 대해 아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소위 마음만 먹고 의지만 있다면 법을 준수하면서도 회사 사정에 맞는 효용성 높은 근로계약서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근로감독 혹은 진정을 통해 나타나는 근로계약의 미비 문제는 회사의 재정을 흔들기도 하는 실무상의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작은 사업장에서는 이를 적용,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적용하기로 하였다면 기재 방식, 계산 방법, 수당 등의 의미를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상 자주 나타나는 예로는 계산식을 틀리게 기재해 두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단순 오기야 오해를 풀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임금인상이나 수당이 추가되는 과정에 포괄임금의 계산식이 틀려짐으로써 발생하는 고정연장수당 과소지급의 책임은 오롯이 사업주의 몫임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통상임금의 해석과 맞물려 포괄임금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하는 수당을 포괄임금 시급 계산에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고정연장수당 등이 과소 지급된 계약으로 해석되어 임금체불이 발생하게 된다. 실례로 규모가 상당한 상장회사가 포괄임금제도를 운영함에도 직책수당, 식대를 통상시급으로 반영하지 않아 포괄로 계산해 둔 고정연장수당이 과소 지급됨으로써 근로감독을 통해 수억 원의 차액 지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임금에 대한 계약관계는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만큼 그 계산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당이 많거나 혹은 특정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계약기간 중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자 할 때에는 포괄임금설계에 반드시 그 반영을 염두하여 적법한 계산이 되도록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포괄임금을 구성함에 있어 고정연장근로수당을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자에게는 고정연장근로수당을 제외한 기본급 임금총액이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금액으로 나타나는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있다. 또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위법한 임금명세서를 당당히 교부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만큼 포괄임금 계산에 법 위반의 문제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한편, 서비스업 중심으로 공휴일 근무와 관련 휴일대체 제도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이를 근로계약서로 써둔 것으로 온전히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다가 공휴일이 휴일대체로 인정되지 않아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사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휴일 대체,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구체적인 기재 내용과 도입 방식이 무엇인지 근로계약 체결에 앞서 반드시 함께 고려해 그에 맞는 별도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성실하고 충실한 근로계약 체결관리에도 불구하고 법의 의미를 벗어난 기재로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이에 계약기간, 임금, 근로시간 등 중요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된 경우 그 누락된 근로계약서의 각 항목별로 정해진 과태료가 각각으로 합산하여 부과됨을 유의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을 자주 쓰는 일부 기업에서 짧게 근무하고 퇴사하는 근로자라 하여 근로계약서를 대충 관리해오다 근로감독을 받고 '티끌 모아 태산'식의 과태료 합산 폭탄을 맞기도 하니 퇴사직원의 계약서도 다시 살펴보면 좋겠다.
끝으로, 근로계약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회사의 취업규칙 등 사규의 형식을 마련하고, 근로계약에 취업규칙을 따른다는 규정을 포함하는 것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취업규칙의 변경만으로도 근로계약의 변경 없이 변화된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어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 간 어떤 내용을 우선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는 근로자가 노동을 시작하며 받아든, 자신의 모든 사회적 가치가 담겨 있는 소중한 첫 계약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업주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또 앞으로도 관심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이에 근로계약의 상대방인 사용자 역시 인사관리의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어느 누군가 노동의 멋진 첫 출발을 함께 발맞추어 가는 발전적 마음으로 근로계약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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