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주일한국문화원. 한국과 일본의 남녀 성악가 네 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국문화원과 일본 민주음악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일 청년 음악가의 만남’ 공연에서다. 한·일 음악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 여섯 번째를 맞았다. 그동안 전통음악 중심으로 무대를 꾸몄지만, 올해는 장르를 바꿔 오페라 가수들로 무대를 구성했다.
이날 공연엔 한국의 바리톤 박세훈과 소프라노 오신영, 일본에서는 테너 다카다 마사토, 소프라노 미야치 에나가 출연했다. 한·일 성악가들은 입을 모아 “양국의 문화 교류를 위해 노래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 교류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무대는 미야치가 꾸몄다. 일본 명문 구니타치음대를 졸업한 그는 일본 최대 오페라단 니키카이의 회원이다. 미야치는 샤를 구노 작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 싶어’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다카다는 도쿄예술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했다. 역시 니키카이 회원인 그는 푸치니의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등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연세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오신영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올해의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 등을 열창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박세훈은 독일 프라이부르크국립음대 오페라과(석사)에 만점으로 입학해 최고점을 받고 졸업했다. 국내외 여러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카탈로그의 노래’ 등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네 명의 성악가가 함께 부른 아리랑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 관람객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오신영은 ‘연습 때 언어의 벽이 없었냐’는 질문에 “음악은 마음으로 통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박세훈은 공연 소감에 대해 “일본에 와보니 클래식을 사랑하는 문화가 깊고 관객층이 두터워 조금 부러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 다카다는 “K팝은 물론 클래식 분야도 한국의 기세가 대단하다”며 “한국 클래식 아티스트의 레벨이 무척 높다”고 칭찬했다.
아시아의 음악 교류에 한·일이 앞장서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야치는 “개인적으로 올여름 대만에서도 공연하기로 돼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아시아에서 더 많은 음악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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