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 55%가 '휴진'…말기암 환자 "진료 한달 밀려"

입력 2024-06-16 18:43   수정 2024-06-24 16:49


서울의대 교수 절반이 집단휴진한다.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는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외래 진료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집단휴진으로 병원 손실이 발생하면 교수에게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1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이 17일부터 휴진하거나 외래진료를 축소한다. 진료를 보는 전체 교수 967명의 54.7%가 집단휴진에 참여하는 것이다. 비대위 측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62.7%였던 수술장 가동률은 3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처분 절차를 완전히 취소하지 않으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비대위는 집단휴진 중에도 교수들이 병원에 출근해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하기로 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와 응급실과 중환자실, 신장투석실, 분만 등 필수과는 기존대로 진료가 이뤄진다.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은 교수가 자체적으로 또는 비대위의 지원을 통해 환자에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온라인 카페 등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중증환자 카페에 신장암 4기 환자라고 밝힌 A씨는 “2주에 한 번 받아야 하는 항암치료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한 달 후로 미뤄졌다”며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휴진하지 않겠다더니 도대체 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17일 이후 수술이 예정돼 있는데 입원 가능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있어 전화했는데 전화마저 연결이 안 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휴진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순환당직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하기로 했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과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 등이다.

정부는 또 환자 동의나 치료계획 변경 등의 조치 없이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지연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환자 피해 사례를 수집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각 병원장에게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다”며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휴진한 일부 교수에게)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2025년 의대 증원안 조정 △필수정책 패키지 수정·보완 약속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모든 행정명령·처분 취소와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이다. 의협은 정부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18일 예정된 전국적인 동네 병의원 휴진 이후 무기한 휴진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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