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총괄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고담 플랫폼과 비슷한 AI 군수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KISTI는 지난달 30일 육군과 함께 ‘스트롱 아미(STRONG Army) 과학기술 전략 발전 토론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선 AI반도체와 함께 KISTI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상태 기반 예측정비(CBM)’ 사업이 주로 논의됐다.
CBM은 전차, 잠수함, 유도미사일 등 무기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성능을 개량하는 것을 말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대전 KISTI 본원에 ‘무기체계 CBM+(플러스) 특화연구센터’를 열었다. CBM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슈퍼컴 운용에 가장 능한 KISTI의 노하우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KISTI는 첫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AESA(능동 전자주사 위상배열 레이더)용 컴퓨팅 시스템 미들웨어를 슈퍼컴으로 개발 중이다. 정기문 KISTI 슈퍼컴퓨팅기술개발센터장은 “슈퍼컴퓨터와 연계된 국방 전용 클라우드 시스템과 에지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면 무기 자원 운용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M 데이터는 K방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CBM 데이터는 무기의 신뢰성(R)·가용성(A)·지속가능성(M)을 수치화한 값인 RAM-C를 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RAM-C가 높으면 고장이 없고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RAM-C가 높아야 무기를 수출할 때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방사청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KISTI가 함께 운영하는 CBM 특화연구센터엔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시스템 등 무기 수출 방위산업 기업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 잠수함·군함 제조 업체도 가세했다.
CBM을 분석하는 슈퍼컴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단연 AI반도체다. 무수한 드론과 전투용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장갑차, 전차, 전투기, 헬기 등과 각종 지능형 유도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되는 미래 전장이 모두 AI반도체로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스트롱 아미 전략 토론회의 기조연설은 KAIST AI-PIM(프로세스 인 메모리) 센터장과 AI반도체대학원 원장인 유회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다음 진화 단계인 PIM은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하는 AI반도체를 말한다. HBM과 S램, CPU(중앙처리장치)로 구성된다. PIM을 GPU(그래픽처리장치), FPGA(필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주문형 반도체) 등에 연동하면 소모 전력이 줄면서 전체 연산 속도가 빨라진다. KISTI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일링스, 인텔 등의 상용 FPGA와 PIM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슈퍼컴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AI반도체는 미래 전투력으로 직결된다”며 “모든 무기체계에 AI 도입이 필요하며, 군은 AI반도체 개발에 직접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스트롱 아미 과학기술 전략 발전 토론회엔 주광섭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손대권 육군 군수사령관, 김재수 KISTI 원장과 주요 방위산업 기업 임원 등이 참석했다. 손 군수사령관은 지난 4월 말 취임하면서 “육군의 디지털 대전환 선도 부대로서 국방 과학기술 기반의 ‘국방혁신 4.0’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육군이 ‘스트롱 아미’를 실현할 수 있도록 KISTI가 보유한 슈퍼컴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ISTI는 현재 600 페타플롭스(PF: 초당 1000조번 수학 연산) 성능을 갖는 슈퍼컴 6호기를 구축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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