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꼽히는 롤은 IP 확장에 가장 성공한 게임이기도 하다. 라이엇게임즈는 롤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과 애니메이션, e스포츠,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롤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만 현재까지 누적 6억 명에 달한다. 안드레이 반 룬 리그스튜디오 총괄(부사장)은 “애니메이션과 e스포츠 등을 시청한 사람들은 게임에 애착을 갖게 된다”며 “이렇게 사용자 경험이 축적되면 여러 이유로 롤을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라이엇 LA 캠퍼스 곳곳에선 초연결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사옥 입구는 롤의 주요 무대인 ‘소환사의 협곡’과 비슷하다. 이 공간을 지나가면 롤의 첫 번째 챔피언인 ‘애니’ 구조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개별 건물은 게임에서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 자판인 Q, W, E, R 등으로 구분된다. 건물 안 회의실엔 게임 속 챔피언의 이름이 붙어 있다. 라이엇 LA 캠퍼스는 면적이 총 3만3500㎡로, 2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라이엇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수억 명의 시청자가 즐긴다. 이 대회는 축구의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으로 불린다. 롤드컵 최고 동시 시청자는 2020년 4595만 명에서 2021년 7386만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23 롤드컵도 동시 시청자가 1억 명에 육박했다.
e스포츠를 기반으로 롤 IP 팬덤을 구축한 라이엇은 이후 음악으로 영토를 넓혔다. 먼저 라이엇은 e스포츠 대회 주제곡을 직접 제작했다. 이는 e스포츠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며 대박으로 이어졌다. 2014년 롤드컵 주제곡인 ‘워리어스’는 유튜브 조회수가 4억2000만 회에 달한다. 이 밖에 라이즈(2018년, 3억7000만 회), 레전드 네버 다이(2017년, 2억7000만 회) 등이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주제곡인 ‘갓즈(GODS)’ 역시 8개월 만에 8400만 명 넘게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 갓즈는 인기 K팝 걸그룹인 뉴진스가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라이엇은 2018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 뮤지션인 K/DA를 선보였다. K/DA는 롤 게임 속 챔피언인 아리, 카이사, 이블린, 아칼리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이다. K/DA의 데뷔곡인 ‘POP/STARS’는 음원 발표 당시 미국 아이튠즈 케이팝 차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5억90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본업인 게임에서도 롤 IP의 위력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롤 IP를 활용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와일드리프트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1억1000만 회를 돌파했다. 글로벌 매출은 10억달러(약 1조1375억원)를 넘어섰다. 롤의 또 다른 스핀오프 게임인 ‘전략적 팀 전투(TFT)’ 역시 누적 다운로드 4500만 회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도 하나의 게임 IP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는 라이엇게임즈의 ‘원소스 멀티 유스’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통해 개발한 모바일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인도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해 만화책, 굿즈, 빵 제품을 선보이는 등 IP 확장에 애쓰고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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